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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크리스티아네 테빙켈 지음, 함수옥 옮김, 라텔슈네크 삽화, 이용숙 감수 / 열대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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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정작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음악보다 음악을 둘러싼 관습이다. 음악 감상이야 자신의 귀에 의지해 들으면 된다지만, 대체 음악회에 갈 때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고 박수는 언제 칠 것이며, 동곡의 수많은 음반들 가운데 무엇을 골라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악기 연주는 고사하고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과연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음악회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는 바로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라는 점에서 발상이 돋보인다. 클래식 음악은 규범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규범은 사실 19세기부터 발전된 문화의 유물이다. 그리고 초보자들을 위압하는 각종 음악 이론과 분석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실제가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추후에 이론이 개발된 것이지 그것이 청체험에 선행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 문화를 역사적으로 찬찬히 설명함으로써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클래식 음악에 발을 들이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바로 책의 강점이다.

하지만 좋은 발상만으로 책의 퀄리티가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초보적인 질문을 다루는 책이라도 어떻게 내용을 채우는가에 따라 수준 높은 통찰력을 담아낼 수 있는데 이 책은 정작 흥미로운 지점 앞에서 논의를 멈추고 만다. 지휘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클래식 음악의 독특한 본질을 짚어낼 수 있고, 작곡 과정에서 피아노가 갖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한데 이 책은 적당한 수준에서 논의를 서둘러 끝낸다. 한 번 읽고나면 다시 들쳐볼 일이 없는 내용이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음악 관습을 넘어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음악 형식, 화성, 즉흥성 같은 논의를 담고 있는데, 이를 얄팍하게 설명하느니 차라리 처음의 기획대로 음악 관습의 논의를 끝까지 밀고나갔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예컨대 우리가 음악을 접하는 경로가 음악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반점에서 음반 고르는 법을 설명하면서 레코딩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고, 그 밖에 라디오 중계, 크로스오버 현상, 편곡의 세계 등 초보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초보자들을 만족시키는 책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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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
토비 페이버 지음, 강대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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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는 악기인 동시에 공예품이다. 현악기는 세월이 흘러도 소리가 퇴색되기는커녕 갈수록 성숙하고 풍부한 음색을 들려준다. 그래서 빼어난 현악기 명기들은 화려한 소리에 매혹된 음악가들, 소리의 비밀을 풀려는 학자들, 그리고 악기 판매로 한몫 잡으려는 거래상들을 수없이 유혹했다. 사실상 예술을 연주하는 도구를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 된 것이다.

악기 명품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스트라드 명기들. 그것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없을 리 없다. 토비 페이버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악기 제작자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다섯 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첼로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다. 지금까지 이들 악기들이 거쳐 간 유명 음악가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작자 스트라디바리, 악기 매매에 관여한 딜러들, 후원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아울러 현악기 제작과 음색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시대에 따른 현악기 제작과 수요의 부침, 그리고 스트라드의 경쟁 악기들의 이야기도 싣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전문적인 정보와 대중적인 흥미 사이에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점이다. 술술 읽히면서도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현악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돕고, 음악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악기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트라드의 신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조금 소개했으면 어떨까 싶지만, 현악기에 관심 있는 음악 애호가들이라면 한번 정도 읽어둘 만한 책이다. 연도 표기에 사소한 오류들이 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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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코드 - 바그너와 철학
브라이언 매기 지음, 김병화 옮김 / 심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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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곡 초연에 때맞춰 많은 바그너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트리스탄 코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그너가 아니라 저자인 브라이언 매기이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딱딱한 철학을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학자다. BBC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가진 대담을 엮어낸 책을 비롯하여 그가 쓴 저술들이 국내에도 몇 권 소개된 바 있지만 사실 그는 지금보다 훨씬 널리 읽혀져야 할 인물이다.

철학 전공자가 저자인 만큼 이 책은 바그너에 영향을 준 철학 사상들을 살펴보는 데 집중한다. 바그너만큼 당대의 사상에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것을 자신의 예술로 소화해낸 작곡가도 없으며, 특히 그 자신이 혁명가이자 문필가이기도 했던 까닭에 그가 관심을 가진 철학 사조들은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혹시라도 바그너가 심취한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그의 음악의 관계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해 브라이언 매기는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바그너는 딜레탕트 수준이 아니라 대단히 진지하고 심오하게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이해했으며, 그가 없었다면 아마 니체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바그너의 삶을 청년 바그너와 후기 바그너로 나누어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시절 바그너는 사회 변혁의 희망을 품고 현실 정치에 깊이 관여한 몽상가였고, 후기에 이르면 이런 희망에 회의를 느끼고 형이상학에 몰두하게 된다. 청년 독일단 시절의 라우베를 시작으로 바쿠닌, 포이에르바흐를 거쳐 쇼펜하우어, 니체에 이르는 그의 지적 동반자들 중 이런 변화의 갈림길에 위치한 인물은 물론 쇼펜하우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니벨룽의 반지> 4부작에서 가장 흥미롭고 모순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바그너 인생에 분수령이 된 1854년이 <반지> 작업의 중간에 놓이기 때문이다. 즉 그해 이전에 음악까지 모두 완성된 <라인의 황금>은 종합예술작품의 이념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만년의 <신들의 황혼>에 이르면 음악이 예술의 중심이 되는 교향악적 악극의 모습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그너가 <파르지팔> 이후에 계획했던 교향악 작품은 텍스트 없는 단악장의 긴 교향시가 되었을 것이라고 브라이언 매기는 말한다.

책의 또 하나의 축은 바그너에 관한 편견을 해명하는 것이다. 바그너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히틀러와 관련된 부분과 반유대주의 혐의, 그리고 <파르지팔>에서 바그너가 기독교로 귀의했고 그 때문에 니체와 결별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오해들을 해명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다소 편향적인 면을 드러내는데, 나는 오히려 이것이 이 책의 독서를 더 친근하고 편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이 가장 장점으로 발휘되는 대목은 니체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이다. 니체가 바그너라는 거대한 지성에 매료되고 그로부터 돌아서기까지 겪은 심리적 변화를 정신분석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꽤나 흥미진진했다. 이를 통해 니체와 바그너는 내게 대단히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로 다가왔다.

바그너는 젊은 시절에 자신의 예술을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았지만 중년 이후 세 가지 큰 행운을 잡았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형이상학적 전환에 토대를 마련해준 쇼펜하우어를 접한 것이고, 둘째는 일생의 후원자가 된 루드비히 2세를 만난 것이며, 마지막은 자신의 지성을 나눠줄 니체를 만난 것이다. 인생의 선배와 후원자와 후배. 그는 만년에 이 모든 것을 가졌다. 자신의 삶을 이끌어줄 사상가를 만났고, 자신의 예술을 이해해주고 실현시켜 줄 후원자를 만났으며, 자신과 지적 토론을 벌일 후배를 만났던 것이다. 문화적으로 이렇게 창조적이고 행복한 만남이 또 있었을까. 이것은 내가 바그너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점이다.

<트리스탄 코드>가 국내에 나온 바그너 관련 서적 가운데 첫손에 꼽힌다는 의견에는 이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바그너라는 복잡하고 모순된 개성을 가진, 그리고 숱한 편견과 오해에 둘러싸인 인물의 삶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은 분명하다.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이 책을 읽고 바그너에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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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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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대학들이 일제히 방학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떠난다. 이때 이들을 겨냥해 기획된 여행서들이 집중적으로 출간되는데, 요즘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주제를 잡아 여행하는 것이 트렌드다. 그래서 유럽의 미술관과 건축물을 테마로 한 여행서, 문학 작품이나 영화에 나오는 도시들을 둘러보는 여행서들이 많이 나와 있다.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역시 색다른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음악과 관련된 유서 깊은 유럽 도시들을 소개한 책은 몇 권 있었지만 이렇게 음악 페스티벌에 집중한 책은 없었다.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더할 수 없는 선택이다. 십 년 이상 해마다 유럽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을 접한 저자가 꼼꼼하게 기록한 이 책에는 페스티벌에 관한 온갖 정보가 들어 있다. 페스티벌의 유래와 최근의 동향과 실용적인 정보는 물론 시원시원한 사진과 인근 도시에 대한 여행 정보까지. 페스티벌 선정도 유명한 블록버스터급에서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후발주자들까지 골고루 안배되었다. (한 가지 의문, 영국의 페스티벌은 왜 빠졌을까?) 물론 이 책은 책을 들고 유럽의 축제 현장을 돌아다닐 여행객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꼭 현장에 있어야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책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히 유럽의 문화적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니까.

정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아쉬움을 표하자면 그건 티켓 구매에 관한 사안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공연의 티켓을 현장에서 운 좋게 구한 것으로 자랑스레 말하는데,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유럽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것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물론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는 몇몇 방법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만을 믿고 현장에 달려갔다가 하루를 날린다면 그보다 더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저자처럼 현지 호텔의 단골이 되어 벨보이와 친분을 쌓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 나온 김에 아쉬움을 더 들겠는데, 저자는 고급문화 향유자로서의 자부심이 지나친 나머지 유명 관광지나 둘러보는 일반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를 책 곳곳에 드러낸다. 바이로이트에서 어학연수를 받으면서도 바그너 축제에 대해 모를 수 있다. 그것이 뭐가 어떤가. 바그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이로이트는 성전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냥 유럽의 소도시일 뿐이다. 만약 맨체스터를 여행하면서 올드 트라포드를 둘러보지 않은 저자에게 축구팬이 쓴소리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축구는 그저 오락일 뿐이고 클래식은 문화라고 답할 것인가.

정보에 치중하는 책으로서 갖는 한계도 있다. 최근 들어 유럽에 음악 페스티벌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가장 큰 원인은 클래식 문화 전반에 팽배해 있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책에 실려 있는 사진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젊은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유럽에서 클래식 소비층의 편향은 심각한 문제이고 여기에 음반 시장의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시즌 중의 레퍼토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좋은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유럽의 관광객들을 겨냥한 면도 있다. 또 하나 클래식 공연이 이렇게 국경을 넘어 소비되고 재활용되면서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나름의 특색을 잃고 다들 비슷비슷한 소리를 낸다는 역효과도 있다. 이런 비판적인 논의들을 곁들이고 페스티벌을 어떻게 기획하고 국가나 도시가 지원하는가 하는 정책적인 면이 소개되었다면 훨씬 값어치 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혹시나 이 책 때문에 클래식 음악은 돈과 여유가 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취미라는 편견이 굳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건 물론 저자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문화의 소비층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급문화의 대중화 문제와 더불어 대중들의 의식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럽의 음악축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분명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이지만, 책을 덮고 난 다음에 여러 감정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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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보인다 클래식이 들린다
데이비드 렌돌프 지음, 이창희 (외) 옮김 / 마루(금호문화)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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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클래식 음악 세계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초보자들을 유혹하는 책이 많지만 데이비드 랜돌프의 이 책만큼 똑 부러진 책도 드물다. 명곡 해설에 주관적인 감상을 덧붙인 일반 서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책들이 먹기 좋게 요리된 음식을 주는 것이라면, 랜돌프의 책은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즉, 무슨 음악을 들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음악을 들을 것인가가 이 책의 관심사다. 사실상 음악 미학 입문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음악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악보를 들여다보며 분석적으로 음악에 접근하지 않는(혹은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책으로 철저하게 감상자 위주로 논의를 전개한다. 여기에는 저자의 확고한 믿음이 바탕에 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예술, 비서술적 예술이므로 표제나 가사보다 음악 자체의 의미가 일차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적 설명이나 일상의 감정이라는 차원에서 음악에 접근하는 태도에 회의적이며,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도 마찬가지로 회의적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음악에서 청자가 느끼는 정서적 반응이다.

물론 이런 믿음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 분석적 태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 지적 분석이 감정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음악을 지나치게 청각적인 경험에 제한하고 있다(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귀를 이끄는 것이 꼭 소리만은 아니며, 음악외적 해석이 음악 경험을 얼마든지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미학 책이 아니라 초보자가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하다. 초보자들이 주눅 들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데, 무엇보다 감상자들이 음악 감상에서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설명한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이는 음악 형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가령 반복을 통해 형식의 원리를 설명하고, 악장 구성을 대조와 다양성으로 풀어내고, 형식을 정적인 성격과 동적인 성격으로 구분하여 분류하고,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를 창조성의 핵심 영역으로 설명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대목이다. 쉬우면서도 정곡을 찌른다는 말은 바로 이 책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비교적 접하기 쉬운 곡들에서 예를 따왔지만 그렇다고 교과서적인 명곡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인덱스가 첨부되어 있어서 곡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다행이다(당연히 있어야 할 인덱스가 언제부터 고마운 일이 되었는지). 번역도 나무랄 데 없는 이 책이 그럼에도 그에 값하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마 진부한 제목 때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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