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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열정 질투 - 사랑을 움직이는 질투의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상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심리학 서적 전성시대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든,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든, 혹은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든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심리학 서적은 수요가 많은 만큼 가짜도 많다. 이 책이 상식 수준의 잡담만을 늘어놓는 얄팍한 책이었다면 애초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를 유혹한 것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소개말이었다. 진화심리학, 인간의 심리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해온 산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투라는 감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미성숙한 자들의 감정, 숨겨야 할 감정, 극복되어야 할 감정.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질투가 필요에 의해 개발된 감정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 질투는 외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여 장기간의 사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견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은 남녀 불문하고 유전자 보존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남녀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 자신이 아버지임을 확신할 수 없는 남자는 가급적 많은 파트너를 두고자 하며, 양육의 짐을 질 수밖에 없는 여자는 능력 있고 성실한 파트너를 고르려는 전략을 편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질투는 바로 그 치열한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자에게 질투는 파트너가 자신 외의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지 못하게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여자에게 질투는 파트너가 딴 데로 눈을 돌리지 않고 양육을 돕도록 만든다.
질투는 이렇게 인간의 성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분노,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 가운데 가장 복잡하다. 따라서 책이 남녀의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고 질투의 유형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다소 지겹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특히 남녀의 차이에 관련되는) 패턴을 분석하면서 질투를 현명하게 다스리는 지혜를 알려주려 한다. 질투야말로 사랑에 가장 가까운 감정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감정이다. 질투가 맹목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성적 기준으로 볼 때 더 나은 이성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하여 현재의 파트너를 헌신에 묶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질투가 무모한 양상을 띠는 것은 혹시라도 그것이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히고 논리도 명확하다. 최근에 나온 저자의 또 다른 책 <이웃집 살인마>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