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 투 디스
알렉스 로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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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과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책. https://www.youtube.com/watch?v=8Qf6mi_0B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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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문화지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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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중에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몇 마디 하자면, 이 책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뇌과학 책과 거리가 멀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다. 당연히 이 책에서 그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뇌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인식, 감정, 기억, 자아 같은 마음의 작용들이다. 그래서 책의 성격은 굳이 규정하자면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는 에세이에 가깝다. 또 하나, 목차를 보고 수많은 예술가, 사상가들의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리라 기대한다면 그 또한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드 린치, 살바도르 달리, 안톤 브루크너 등은 그저 지나가는 수많은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책에는 과학적 지식보다 인용구들이 많고, 인용구보다 저자 개인의 관찰과 사적 감상이 많다. 일관된 주제 하에 체계적으로 집필되었다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서술되어 있다. 이런 글쓰기가 마음을 다루기에 효과적인 방식일까? 확실히 대표작인 그녀의 <감각의 박물학>은 이런 독특한 문체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완벽하게 어울렸지만, <뇌의 문화지도>는 종종 지나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자의식 과잉을 보이는 대목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보다 뇌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많지만, 그녀만큼 마음에 관한 효과적인 구절들을 적소에 인용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고 그녀만큼 시적이고 투명하게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른바 권태라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생략법이다. 권태는 깨어 있되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상태다."(p.87) "활성화된 뉴런들은 서로의 유대를 강화하며, 뇌 속에서 작은 파벌 또는 사교클럽을 만든다."(p.153) "어떤 의미에서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자기도 모르게 뇌를 연구하는 신경학자들이다."(p.267) "뇌는 쉽게 지루해하며, 혼자 놀기 선수다.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면 뇌는 자기만의 마음의 극장을 만들어낸다."(p.306) 책에는 이런 아름다운 문구들로 넘친다. 이런 감수성을 사랑한다면 <뇌의 문화지도>가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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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크리스티아네 테빙켈 지음, 함수옥 옮김, 라텔슈네크 삽화, 이용숙 감수 / 열대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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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정작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음악보다 음악을 둘러싼 관습이다. 음악 감상이야 자신의 귀에 의지해 들으면 된다지만, 대체 음악회에 갈 때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고 박수는 언제 칠 것이며, 동곡의 수많은 음반들 가운데 무엇을 골라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악기 연주는 고사하고 악보도 볼 줄 모르는데 과연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음악회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는 바로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라는 점에서 발상이 돋보인다. 클래식 음악은 규범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규범은 사실 19세기부터 발전된 문화의 유물이다. 그리고 초보자들을 위압하는 각종 음악 이론과 분석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실제가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추후에 이론이 개발된 것이지 그것이 청체험에 선행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 문화를 역사적으로 찬찬히 설명함으로써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클래식 음악에 발을 들이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바로 책의 강점이다.

하지만 좋은 발상만으로 책의 퀄리티가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초보적인 질문을 다루는 책이라도 어떻게 내용을 채우는가에 따라 수준 높은 통찰력을 담아낼 수 있는데 이 책은 정작 흥미로운 지점 앞에서 논의를 멈추고 만다. 지휘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클래식 음악의 독특한 본질을 짚어낼 수 있고, 작곡 과정에서 피아노가 갖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한데 이 책은 적당한 수준에서 논의를 서둘러 끝낸다. 한 번 읽고나면 다시 들쳐볼 일이 없는 내용이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음악 관습을 넘어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음악 형식, 화성, 즉흥성 같은 논의를 담고 있는데, 이를 얄팍하게 설명하느니 차라리 처음의 기획대로 음악 관습의 논의를 끝까지 밀고나갔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예컨대 우리가 음악을 접하는 경로가 음악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반점에서 음반 고르는 법을 설명하면서 레코딩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고, 그 밖에 라디오 중계, 크로스오버 현상, 편곡의 세계 등 초보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초보자들을 만족시키는 책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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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열정 질투 - 사랑을 움직이는 질투의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상원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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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서적 전성시대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든,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든, 혹은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든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심리학 서적은 수요가 많은 만큼 가짜도 많다. 이 책이 상식 수준의 잡담만을 늘어놓는 얄팍한 책이었다면 애초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를 유혹한 것은 ‘진화심리학’이라는 소개말이었다. 진화심리학, 인간의 심리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해온 산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투라는 감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미성숙한 자들의 감정, 숨겨야 할 감정, 극복되어야 할 감정.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질투가 필요에 의해 개발된 감정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 질투는 외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여 장기간의 사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견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은 남녀 불문하고 유전자 보존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남녀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 자신이 아버지임을 확신할 수 없는 남자는 가급적 많은 파트너를 두고자 하며, 양육의 짐을 질 수밖에 없는 여자는 능력 있고 성실한 파트너를 고르려는 전략을 편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질투는 바로 그 치열한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자에게 질투는 파트너가 자신 외의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지 못하게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여자에게 질투는 파트너가 딴 데로 눈을 돌리지 않고 양육을 돕도록 만든다.

질투는 이렇게 인간의 성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분노,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 가운데 가장 복잡하다. 따라서 책이 남녀의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고 질투의 유형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다소 지겹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특히 남녀의 차이에 관련되는) 패턴을 분석하면서 질투를 현명하게 다스리는 지혜를 알려주려 한다. 질투야말로 사랑에 가장 가까운 감정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감정이다. 질투가 맹목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성적 기준으로 볼 때 더 나은 이성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하여 현재의 파트너를 헌신에 묶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질투가 무모한 양상을 띠는 것은 혹시라도 그것이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히고 논리도 명확하다. 최근에 나온 저자의 또 다른 책 <이웃집 살인마>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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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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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가 내게 가르쳐준 베스트셀러의 비결. 흥미로운 소재를 적극 활용하라.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되 절대 통념을 넘지 말라. 논점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말고 보편적인 지점에서 멈춰라.

스포츠 속에 인생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축구와 삶을 비교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다른 남자와 같이 아내의 사랑을 공유하게 된 기막힌 사내의 이야기를 축구 이야기와 병행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일단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아무리 발상이 신선하고 문장의 가독성이 뛰어나더라도 장편의 호흡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법. 시종일관 같은 템포, 같은 수법을 고수하는 이 소설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슬슬 지겨워진다.

일단 축구와 주인공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 점점 기계적인 일대일 대응이 되면서 억지스럽기도 하고 타성적인 느낌도 든다. 주인공의 인식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처다부라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끝까지 고집한다. 특히 주인공은 속물적인 아저씨처럼 투덜거림만 쏟아낼 뿐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를 보이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마무리가 당혹스럽다. 새로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가의 태도와 입장이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결정적인 흠이다. 이에 비하면, 작가가 조사한 여러 자료들이 소설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한 점은 사소한 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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