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한뜻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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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몇 권 읽지 않은 내가 이런 표현을 쓸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시모프의 글은 한결같다. 늘 고른 수준의 만족감을 주는 그의 글은 과학소설로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과학적으로 충실한 묘사,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몇 달 전 비상업적인 루트로 입수한 아시모프의 단편집 <골드>를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1부는 초기 단편들을 싣고 있고 2부는 유고집에 수록된 작품을 모아둔 것이라는데,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1941년에 발표된 단편부터 70년대, 80년대 작품들도 들어 있어서 사실상 아시모프의 모든 시대를 커버하고 있다.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을 다룬 글, 외계와의 조우의 다룬 글, 특히 글쓰기에 관한 저자의 의식을 반영한 글이 인상적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고전적인 물음을 풀어나가는 수단으로 창조성을 대표하는 글쓰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정보는 로봇'에는 노동의 즐거움을 위협하는 로봇에 위기감을 느끼는 교수가 등장하고, '칼'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는 로봇과 그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주인의 이야기다. 이번 단편들을 읽으면서, "로봇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에서 과연 로봇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아시모프가 비관적인 답을 가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로봇 공학 3원칙은 바로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한 대비책으로 보이며, 이 원칙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의 단편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 같다.

아무튼 과학소설에 하나의 기준을 마련해준 그의 소설이 이렇게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무래도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아시모프보다는 악몽 같은 디스토피아를 즐겨 묘사했던 필립 딕이 훨씬 트렌디하겠지만, 도라에몽 같은 아시모프의 착한 로봇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면 세상은 참으로 삭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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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정의 교집합을 찾아라

이 소설을 읽은 (혹은 읽을) 독자들은 십중팔구 생소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테니 작가 소개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작가의 홈페이지(http://www.karliagnemma.com)에 나와 있는 소개글과 기타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이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칼 인옘마는 1972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기계 공학자였고 어머니는 동화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미시간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한 뒤 MIT에 진학하여 로봇 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단편들은 주로 박사과정 때 씌어졌는데, 《파리리뷰Paris Review》, 《조트로프: 올스토리Zoetrope: All-Story》, 《원스토리One Story》 등 명망 있는 문학잡지에 실려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인간의 낭만적 교감의 본성에 대하여〉는 2001년 《파리리뷰》가 선정한 신인상Plimpton Prize을 수상했고, 메이저 출판사인 호튼 미플린은 〈질코프스키 정리〉를 2002년 미국 최고의 단편 소설로 꼽았다. 이 두 단편은 여러 단편들을 함께 모아 펴내는 몇몇 선집에도 수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그는 《플레이보이》의 칼리지 픽션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미국국립예술재단과 매사추세츠 문화원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의 단편들은 2003년 다이얼 출판사에서 ‘인간의 낭만적 교감의 본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바로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공학이다. 그는 MIT 기계공학과의 연구원과 강사로 일하면서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2003년에는 과학잡지 《시드SEED》에서 과학을 재정의한 열여섯 명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 그는 2009년 화성 탐사선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칼 인옘마의 이력으로 글을 시작한 것은 그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단편집의 성격이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학자와 소설가라는 이중생활은 그의 소설에 흥미롭게 반영되어 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예컨대 〈인간의 낭만적 교감의 본성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수학자답게 사랑을 벤다이어그램과 방정식으로 표시하고, 〈골상학자의 꿈〉의 주인공은 두개골의 모양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추론해내려고 한다. 〈삼림학자 그루피〉는 수목의 분류법에 매혹된 로맨티스트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한편 〈광부의 아내〉의 주인공은 광산에서 일을 마치고 밤이면 수학 증명에 몰두하며(마치 공학자 일과 소설 쓰기를 병행하는 작가처럼), 〈허기 실험〉의 주인공인 의사는 소화 기관의 작용을 밝히기 위해 잔인한 실험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를 쓸 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듯 그의 소설에서 우리가 만나는 인물들은 합리성을 대표하는 과학에 어떤 식으로든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생활, 특히 애정 생활은 늘 삐걱거린다. 일례로 떠돌이 골상학자는 사랑의 이론을 개발했지만 사랑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과학적인 습성을 버리지 못하며, 한 주인공은 “너무 복잡해서 수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물론 그는 결국 “자연에는 설명되거나 재현될 수 없는 사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과학과 소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얼핏 SF를 연상시킬지도 모르겠지만 이 단편집은 과학소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과학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모티브가 아니라 소재일 뿐, 오히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삶의 낭만성이다. 우리는 소설 곳곳에서 아름다운 문학적 발상들을 만나게 된다. 〈질코프스키 정리〉의 헨더슨은 교회의 아치형 천장의 기하학 구조를 올려다보며 신의 존재를 생각하고, 〈삼림학자 그루피〉의 케이는 기다리던 인연을 만난 순간 바람 수분의 우연성을 떠올린다. 〈고백식 접근법〉의 주디스는 고통의 나락에 떨어질 때 아파트 건물의 벽에 드리워진 찬란한 햇빛을 기억해내고, 〈광부의 아내〉의 니클라스는 어릴 시절 들판에서 개똥벌레들이 그리던 포물선을 본 기억을 평생 마음속에 품는다. 이런 순간들은 혼란스러운 삶에서 질서를 발견했을 때 얻게 되는 찰나의 황홀한 체험이다. 에피파니라 불러도 좋을 깨달음의 순간들.

또 하나,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관된 문학 세계다. 주인공들이 과학과 연관된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바이지만, 그것 말고도 그의 소설에는 비슷한 점들이 많다. 학자, 학술대회, 논문, 죄책감, 미행, 성경, 삼림지대, 기차, 광부, 인디언, 호수 등이 그의 소설을 하나로 묶는 재료들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여기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들은 변주곡 형식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주제에 이어 제1변주는 시간적 배경을 현대에서 19세기로 바꾸고(시간 변주), 제2변주는 주인공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설정하며(성별 변주), 제3변주에서는 사랑에 버림받는 인물에서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로 변화를 주고(성격 변주), 제4변주는 교차편집과 일지 형식을 병행한다(서술 변주). 작가는 주제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각 변주마다 다양한 개성을 불어넣을 줄 아는 능숙한 작곡 솜씨를 과시한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많은 소설들은 미국 미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애니 프루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와이오밍의 자연경관과 분리할 수 없듯, 칼 인옘마의 소설은 미시간의 풍경과 떼어놓을 수 없다. 거대한 호수로 둘러싸이고 삼림지대가 넓게 펼쳐진 미국 중서부 지방의 풍경을 떠올리기 위해, 나는 번역을 하는 동안 서프전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그의 촉촉한 목소리와 다채롭고도 매혹적인 음향이 미시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번역하는 내내 내게 훌륭한 사운드트랙이 되어주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정보를 주고자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가는 19세기 미국에 큰 매혹을 느끼고 있으며, 몇몇 단편들에 골상학, 탐광자, 의학 실험의 이야기가 나온다. 광물을 찾아 신대륙을 누빈 사람들 이야기나 신체 해부에 관한 오싹한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골상학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골상학은 두개골의 구조를 연구하여 사람의 성격을 추론해내는 학문으로 18세기 말 프란츠 갈Franz Joseph Gall이 창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세기 중반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수천 명의 골상학자들이 신대륙 각지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두개골을 봐주고 그들의 재능, 성격, 기질을 말해주었는데, 이것은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가 커지면서 사람들 간의 접촉이 늘어 객관적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골상학이 얼마나 인기였던지 사람들은 배우자를 고르고, 직업을 선택하고, 직원을 뽑고, 범인을 검거하는 데 골상학을 이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골상학자의 꿈〉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단편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인간의 낭만적 교감의 본성에 대하여〉는 현재 워너 브라더스에서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칼 인옘마는 1840년대 미시간을 배경으로 과학 원정대의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장편 소설을 마쳤고, 현재 골상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의 후속작을 번역하는 행운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영광을 얻은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작가의 글로 이 글을 정리할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사실을 탐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과학적 발견은 감정에 의해 이루어질 때가 많다. 질투, 두려움, 욕망은 차분한 성찰만큼이나 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삶과 주위 사람들의 삶에 뒤얽혀 있는 과학의 신비를 벗겨내려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또한 나는 비록 과학이 수많은 세월 동안 진화해왔지만 연구에 대한 근심과 동경은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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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파시 능력자의 추락과 비상, 고통과 황홀경의 이야기

내가 로버트 실버버그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플레이보이 SF 걸작선>>에 수록된 <지아니>라는 단편을 통해서였다. 그 전에도 그의 이름을 이런저런 경로로 접한 적은 있었지만 그는 내게 수많은 SF 작가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첫 학기 수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우리말로 된 소설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여 가족들에게 소포로 책을 부쳐달라고 부탁했다. 수록된 많은 단편들 가운데 실버버그의 글은 단연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18세기 초의 클래식 작곡가 페르골레지가 현대에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대중음악을 공부하면서 클래식과 팝 음악의 가치 체계의 충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의 구미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실버버그의 단편이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실버버그라는 작가에게 이어졌다. 가까운 서점에 들러 그의 책을 둘러봤는데, 실버버그의 대표작으로 소개된 책들 가운데 금방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다잉 인사이드>>(1972)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과 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나는 셀리그라는 소심한 초능력자의 개성에 매료되었고, 실버버그의 능수능란한 화술에 빠져들었다. 훗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록 밴드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틈틈이 영국 각지를 돌아다닐 때 늘 이 책을 들고 다녔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공연을 보러 글래스고에 갈 때는 셀리그와 토니의 애시드 여행 이야기를 읽었고, 웨일스에서 열리는 슈퍼 퍼리 애니멀스의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는 셀리그의 동굴을 슬쩍 훔쳐봤다. 그렇게 나의 영국 생활과 하나가 된 실버버그의 이 책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지자 나는 번역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 이후 나의 간절한 소망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이야기는 통속적이고 평범한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로버트 실버버그를 소개할 때 항상 거론되는 것은 그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낸 작가라는 것이다.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SF 소설만도 100권이 넘으며 논픽션과 그가 편집한 선집도 60권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5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으로 컬럼비아 대학을 다니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스물한 살 때 휴고상에서 ‘가장 유망한 신인 작가’ 부문을 수상하여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어메이징 스토리스>, <판타스틱>, <사이언스 픽션 어드벤처> 같은 SF 잡지에 수많은 필명을 써가며 주로 청소년 대상의 글을 기고해온 그는 SF 작가 랜들 개릿과 공동 집필을 하기도 했고, 1960년대에는 소프트코어 포르노그래피 소설과 역사 논픽션이라는 상이한 분야에도 손을 댔다.

실버버그가 본격적으로 SF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것은 1960년대 중반 무렵이다. 그는 우주비행사와 소녀의 로맨스에 뱀파이어 이야기를 접목시킨 <<가시Thorns>>(1967)에 이어 정치범들을 시간 여행으로 감금시킨다는 내용의 <<혹스빌 스테이션Hawksbill Station>>(1968)을 발표함으로써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후 휴고상 수상작인 동명의 중편을 개작한 <<나이트윙Nightwings>>(1969), 두 지성체의 이질적인 문화를 통해 인류학적, 종교적 주제를 탐색한 <<지구로의 하강Downward to the Earth>>(1970), 인격이 금지된 행성에 관한 이야기인 네뷸러상 수상작 <<변화의 시간A Time of Changes>>(1971),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밀집된 인구들이 살아가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인 <<월드 인사이드The World Inside>>(1971), 애리조나 사막으로 영생을 찾아 떠나는 네 명의 젊은이의 이야기인 <<두개골의 서The Book of Skulls>>(1972), 그리고 이 책 <<다잉 인사이드>>까지 걸작을 연달아 쏟아내며 실버버그는 그 어떤 SF 작가보다도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실버버그는 <<발렌타인 경의 성Lord Valentine's Castle>>(1980), <<발렌타인 대신관Valentine Pontifex>>(1983) 같은 판타지 연작 소설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의 논픽션적 관심사였던 고대 역사를 소재로 한 <<길가메시 왕Gilgamesh the King>>(1984), 네뷸러상 수상작을 표제로 내세운 중편 모음집 <<비잔티움을 향한 항해Sailing to Byzantium>>(1985) 등으로 꾸준한 필력을 과시했다. 그 밖에도 그는 아내인 캐런 헤이버와 함께 편집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여 훌륭한 선집들을 내놓았으며, 1967-1968년에 미국 SF작가 협회의 회장을 맡았고, 1970년 세계 SF컨벤션의 주빈으로 초청된 바 있다.

로버트 실버버그는 미국에서 SF 문학의 황금기를 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지만, 정작 그의 대표작인 <<다잉 인사이드>>는 SF 소설의 장르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텔레파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가까운 미래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잉 인사이드>>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심리와 소통의 문제를 다룬 본격문학(이 말이 거슬린다면 장르문학에 반대되는 그 무엇)에 가깝다. 1935년 뉴욕에서 출생한 유대인이며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설정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이력과 정확히 일치한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을 나타내기 위해 데이비드 셀리그를 내세워 가상의 자서전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을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의 재미에 빠져드는 방법이 있고, 주인공에 일체감을 느껴 그의 감정과 갈등에 공감하는 방법도 있으며, 소설 배후에 드러난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간파하는 것, 혹은 순전히 작가가 글을 풀어가는 솜씨에 매료되는 것도 소설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내가 <<다잉 인사이드>>에 끌린 것은 셀리그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신기한 능력을 타고난 그는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젊은 시절을 소진한 뒤, 그 능력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부터야 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제까지 자신의 존재를 규정해왔고 세상과의 소통의 끈이 되어주었던 능력이 감퇴하기 시작하자 심한 존재론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그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대체 나는 누굴까? 그 능력이 없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까?

<<다잉 인사이드>>는 성장에 관한 은유다.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중심의 세계를 깨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모든 사람은 성장에 대해 불안과 고통을 느낀다. 누군가는 평생 미성숙의 상태로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남들보다 일찍 삶의 이치를 깨닫기도 한다. 셀리그는 뒤늦게 성장의 고통을 겪는 자다. 평생을 세상과 적대적인 관계로 살아오다가 마흔 살에 가까워서야 세상과 화해하기 시작한 인물이다. 여동생과의 해묵은 갈등을 풀고 헤어진 옛 연인과도 상상으로나마 화해한다. 그런 점에서 <<다잉 인사이드>>를 <<호밀밭의 파수꾼>>(1951)의 어덜트 버전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 이 책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의 씁쓸함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텔레파시 능력은 젊음이 갖는 무소불위의 힘을 나타낸다. 본문에서도 셀리그와 주디스가 나누는 대화에서 그 능력을 성적 은유로 해석하는 대목이 나온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대학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셀리그는 유난히 젊음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어느덧 자신의 세대가 사회 지배층으로 편입되었음을 발견하고는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점차 왜소해지는 자신을 깨닫는 셀리그의 모습은 바로 필멸의 존재인 우리의 자화상이다. 또한 어쩌면 그것은 일찍이 SF계의 촉망받는 천재로 등장하여 온갖 명성을 누려온 실버버그 본인의 환멸과 불안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다잉 인사이드>>를 한 개인에 한정된 의미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미덕은 현대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에 있다. 셀리그가 일생의 진정한 사랑이었던 키티와 토니를 만난 해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키티와 로맨스가 있었던 1963년은 셀리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구 사회를 급습한 엔트로피의 혼돈과 철학적 절망의 긴 가을이 오기 전 희망과 활기로 넘쳤던 마지막 여름”이었고, 토니를 만난 1968년은 “모든 세상이 조각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깨닫게 된 바로 그 해”였다. 1963년에서 1968년까지는 미국 현대사에서 혼란스러운 격동의 시기였다. 청년들과 흑인들과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힘차게 외친 대항문화의 시대였고, 베트남 전쟁과 암살과 마약과 히피와 로큰롤의 시대였으며, 미소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대였다. 셀리그는 기성세대와 사회의 속물근성에 환멸을 느낀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의 무분별함에도 냉소를 보내는 사람이고, 소수 민족에 대한 편견도 솔직하게 드러낸 사람이다. 이와 같은 환멸과 냉소와 편견이 그를 더욱 고독한 존재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개인과 사회의 합일점을 절묘하게 통합한 로버트 실버버그의 절정에 오른 글 솜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작품을 쓰며 다져진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은 여기서 반짝반짝 빛을 낸다. 현재와 과거, 1인칭 서술과 3인칭 서술(때로는 2인칭 서술까지), 주관적 고백과 객관적 설명을 오가며 진행되는 문장은 셀리그의 분열적인 심리 상태에 걸맞게 능청스럽게 이죽거리다가 의기소침하게 냉소적으로 돌변한다. 작가는 셀리그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딱딱한 논문 형식과 문학 작품의 인용, 자기 고백적 산문체를 동원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얻어진 셀리그의 심리 묘사는 놀라우리만큼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이런 실버버그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19장이다. 셀리그의 가장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은 인칭과 존칭을 달리하며 순간적인 심정의 변화를 절묘하게 통제하여, 작가가 바로 옆에서 셀리그의 삶을 그대로 중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신경하게 툭툭 던지는 실버버그의 즉흥적인 필치와 단순한 문장의 매력이 유감없이 펼쳐지는 대목이다.

텔레파시와 같은 초감각 능력은 SF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본문에서도 흥미롭게 언급된 바 있는 베레스퍼드의 <<햄프덴셔 경이>>(1911)와 스테이플던의 <<이상한 존>>(1935)을 비롯하여 국내에 번역 소개된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1953)와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1953), 그리고 온갖 초인들이 등장하는 코믹스와 심지어 <왓 위민 원트> 같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텔레파시 능력은 우리들을 매혹시키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잉 인사이드>>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우디 앨런의 영화 <젤리그>(1983)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연상 작용은 주인공의 이름이 우연히 비슷하다는 사실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일단 연상 작용이 가동되고 나니 비슷한 점들이 발견된다. 누군가의 옆에 다가가면 그 사람의 신체를 닮아버리는 ‘인간 카멜레온’ 젤리그 역시 셀리그와 마찬가지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물론 쉽게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 속에, 익명성 속에 숨어버리는 젤리그와 달리 셀리그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세상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며 소외로 고통 받는 인물이다. 어쩌면 셀리그(젤리그가 아니라)야말로 우디 앨런적인 인물에 더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디 앨런과 로버트 실버버그가 모두 뉴욕 출신의 유대인이라는 점, 그래서 <젤리그>와 <<다잉 인사이드>>가 거의 대부분 뉴욕을 무대로 전개된다는 점 또한 둘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이제까지 국내에 소개된 실버버그의 작품으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중편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소설과 몇 편의 단편이 있을 뿐, 그가 남긴 1970년대 걸작들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미국의 현대 SF 작가들 가운데 가장 다재다능한 실버버그의 진가가 이 책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알려진다면 번역자로서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내게 열어준 책세상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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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시장 - 생명공학시대 인체조직의 상품화를 파헤친다
로리 앤드루스.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김병수 옮김 / 궁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인체조직과 관련된 기사가 하나 실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한 피가 허락이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한 기업의 검사장비 성능을 시험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기사였다. 물론 상황은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 피에서 DNA를 추출하여 당신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이 팔리고 있는 세상이다. 골수, 혈액, 장기, 정액, 피부 등 인체조직이 상품이 되는 시대다. 생명공학 시대에 인간의 몸은 제약 회사와 생명공학 회사가 탐내는 돈벌이 장이 되었다. 몸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 유용한 치료법을 개발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 대상으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준 사람들은 무엇을 얻을까? 아니, 그들은 자신의 몸이 실험 대상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이 책은 생명공학 시대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고,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보자고 권한다.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이윤과 관련되는 것으로, 생명공학의 열매를 소수 기업이 독점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 기업이 특허 출원을 해 수익을 독점하는 현상은 윤리 문제를 떠나 제도적 맹점이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되는 상황은 고립된 인구 집단이 연루될 때 벌어진다. 유전적 동일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토착민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선진국의 의학 실험은 토착민들의 권리를 착취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을 야기한다. 지역 특산물을 미국과 유럽 회사들이 특허로 내는 바람에 지역민들이 예로부터 사용해오던 특산물을 이용하기 위해 회사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이것은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산물을 전유ㆍ착취하는 식민주의적 행태의 의학적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인권과 관련된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DNA 검사는 억압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특정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으며,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유색 인종이 차별을 받을 소지가 많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유전적 범죄 소인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유전자 치료가 행해질지도 모른다. 유전적으로 반사회적 행동 성향을 갖는 아이를 낳지 않도록 사회가 결혼을 규제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낙태를 행할지도 모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엿볼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도구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았던 ‘인체의 세계’ 전시회, 두개골과 뼈를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웹사이트, 유명인사의 DNA를 기념품으로 만드는 회사, 그리고 인체조직을 미술품의 재료로 활용하는 미술가들. 이런 수요가 늘면서 암시장이 형성되고 절도와 신체 강탈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몸의 효율적 사용을 존중할 것인가, 개인의 자율성과 인격을 존중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과학과 윤리의 해묵은 갈등인데, 여기서는 몸의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궁극적으로 과학에서 비롯된 윤리적 논란을 규제할 수 있는 것은 법률밖에 없다. 저자들은 사람의 몸을 법률상 재산으로 간주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인체조직 이용에 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생명공학 시대를 맞아 몸을 대하는 새로운 인식과 관심도 요구된다.

한국 사회처럼 성과에만 집착하고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생명공학은 결코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안겨주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길은 과학이 효율성의 괴물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윤리적 각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인체시장>은 황우석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도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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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아메리카 - 미 역사상 가장 특별했던 시대에 대한 비공식 기록
F. L. 알렌 지음, 박진빈 옮김 / 앨피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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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가운데 하나는 전쟁만큼 문명의 흐름을 일거에 바꾼 거대한 사건은 없다는 점이다. 패자라면 전쟁의 타격이 심히 크겠지만 승자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남의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면. 많은 미국인들이 20세기 미국 역사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을 1920년대와 1950년대로 회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은 어떨까. 라디오가 보급되고 유성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대중오락이 본격적으로 막을 연 시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교외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광고의 활성화로 본격 소비문화가 개막한 시대. 스포츠 스타가 전 국민의 페이보릿이 된 시대. 금주법 시행으로 알 카포네 같은 악당이 활개를 친 시대. 어쨌든 1920년대는 미국식 낙관주의가 뿌리를 내린 시대이자 미국이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오르는 발판이 마련된 시대다. 이 책은 1918년 11월 1차대전이 끝나고 1929년 11월 월가의 주가 대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되기까지 11년간의 미국 사회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내고 있다.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여기서 저널리즘의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정치, 경제 같은 거대한 이슈들도 물론 다루지만 그가 진정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다. 당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책을 읽었으며, 어떤 놀이를 했을까. 이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는 무엇이 있었고, 사람들은 여기에 어떤 식으로 반응했을까. 그 결과 이 책은 지나간 신문기사를 스크랩해둔 책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원더풀 아메리카>를 읽는 의미는 단지 남의 나라 미국의 과거를 회상하는 데만 있지 않다. 1920년대 미국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중사회의 시발점이 된 시대이기도 하다. 이때에 이르러 대중매체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나의 현상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도시 집중화가 가속화되면서 도시 개발 붐이 일었고 고층 빌딩 건설이 시작되었다.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고, 공동주택의 보급으로 여성이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여 세대간 갈등이 처음으로 표면화되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아무런 반발과 규제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볼셰비키의 위세에 공포를 느낀 보수 정치인들은 빨갱이 사냥을 했고, 근본주의자들은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걸었으며, 지식인들은 과도한 소비문화에 경계심을 보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법. 결국 이러한 활황은 주가 폭락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한 호흡 쉬어가게 된다.

흥미진진한 시대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이 책의 놀라운 점은 1931년에 초판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미 그때 저자는 지난 1920년대가 특별한 시대였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의 관찰과 언어가 유효하다는 사실은 그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 시대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과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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