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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전해진 기사 하나. 동남아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해일에도 불구하고 야생 동물의 피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동물들이 빼어난 감각으로 해일이 밀려올 것을 미리 감지하여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앞에 몰려오는 파도를 보고도 멀뚱하게 당하고 만 인간의 감각은 도대체 무슨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왜 인간의 감각은 이렇게 둔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품은 사람이라면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을 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공기 중의 전자기장에 큰 변화가 생겨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인간 피부에 비해 훨씬 건조한 동물의 피부가 이런 정전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털이 곤두서고 몸을 떤다는 것이다(p.150).
이 책은 감각에 관한 온갖 지식을 망라한 백과사전으로, 전체적으로는 교양 과학서보다 인문서에 좀더 가깝다. 생물학적, 발생학적, 병리학적 정보들과 흥미로운 실험들이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감각과 관련된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사례들의 소개이다.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나 <색의 유혹> 같은 개별적인 감각을 다루고 있는 책들도 많지만, 인간의 감각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그것도 시적 향취를 더해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여전히 독특하다. 더욱이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통합감각(공감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한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장은 공감각과 미각이었고, 아쉽다면 미묘한 감각(과 왜곡)을 두루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알코올 음료에 대한 대목이 없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