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수레 - 옛 중국인들의 여섯 가지 과학적 상상
홍상훈 지음 / 솔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옛 문헌들에서 인조 인간과 UFO 이야기를 찾아낸다. 혼란스러운 현대사 초엽에 쓰여진 과학적 유토피아 소설을 소개한다. 발상만으로도 50점은 따고 들어갈 이런 시도는(저자는 '고전의 대중화 작업'이라 부른다) 중국의 고전 문헌들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글을 찾아 여섯 가지 주제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이런 시도의 밑바탕에는 물론 동양의 전통 문화가 정신적 가치만을 강조한다는 통념의 이면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있었겠지만, 사실 이 책은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경쾌하고 다소 산만해서 그저 부담 없이 읽는 민간 설화집에 가깝다.

예기치 않은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있지만, 하나의 책으로서의 통일성이나 구성의 치밀함은 떨어진다. 쉽게 말해 억지스러운 구석이 많다. 가령 동양의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인형 이야기를 인조 인간으로 설명하거나 마술 책상을 컴퓨터로 해석하는 대목은 아무리 양보해도 저자의 지나친 상상이다. 또 의술을 다룬 대목은 과학적 발상이라기보다 풍자 문학에 가깝다(재미있는 것은 저자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중국에도 서양과 비슷한 과학적 사고와 세계관이 나름대로 구축되어 있었음을 깨닫기보다는, 땅덩어리와 인구와 역사가 얼만데 그런 색다른 상상력이 한둘 없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단편들에 저자가 나름대로 붙인 코멘트에 있다. 길지는 않지만 중국인의 사고와 서구인의 사고를 비교하며 나름대로 해명(?) 비슷한 작업을 하는데, 이 대목이 신선하다. 어차피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이므로 기술 문화가 필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이고, 이런 기술을 추진하는 욕망 역시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 아닌가. 결국 문제는 기술을 대하는 사고의 차이일 것이다.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넘어 좀더 견실하고 독창적인 시도가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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