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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고독 - 과학 오디세이 1, 외계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이한음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공상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외계인의 문제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따져보자는 것. 그래서 외계인은 어떤 모습이며, 어떤 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어떻게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지, 또 그들은 어떻게, 왜 그 먼 거리를 날아오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추리한다. 아직 목격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접근하려면 기존의 것을 둘러보는 것이 순서일 터. 따라서 외계인의 존재를 이야기하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찰이 먼저이며, 외계인의 외양과 감각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생명체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떤 외양과 감각을 발전시켰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의사 소통 가능성을 다룬 장에서는 가장 객관적인 학문인 수학이 도구로 활용되며, 외계인의 여행을 다룬 장에서는 현대 물리학 이론이 동원된다. 결국 외계인학(책의 원제)은 자연 과학이 동원된 생물학/인간학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영리한 책이 실은 그렇게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 아마 그것은 외계인에 대해 갖는 우리의 상상의 지점이 외계인과 인간이 만났을 때 벌어질 흥미진진한 드라마(혹은 파국)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고, 어떤 식으로 번식을 하며, 어떤 감각 기관으로 세상을 인식하는가 하는 개체적이고 국부적인 사항보다는 그들이 먼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로 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리고 마침내 지구에 왔을 때 벌어질 여러 갈등 같은 집단적인 드라마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책을 반길 사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한 기본적인 과학적 지반을 필요로 하는 과학 소설가 지망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