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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클래식
박준용 지음 / 마고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에서 클래식 음악이 교양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래서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가 꾸준히 발간되고 있으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유명 작곡가들이 있으며, 무슨 음반을 사고, 어디서 공연을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클래식>은 바로 작곡가와 연주회장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레퍼런스로 기획된 책이다.
1부는 작곡가 중심의 서양 음악사를 개괄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유명 작곡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공공 지식으로 널려 있어서, 저자의 균형적인 시각과 논점이 없다면 백과사전식 나열이 될 위험이 있다. 이 책의 1부는 불행히도 산만하다. 저자 나름대로 서양 음악사를 소화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20세기 현대 음악을 다룰 때 나타난다. 현대 음악은 이 책처럼 나라별로 작곡가에 접근했을 때 도저히 그 맥락과 상황을 짚어낼 수가 없다. 찰스 아이브스, 마이클 티펫, 카를 오르프 같은 핵심적인 몇몇 이름들이 보이지 않고, 1970년대 이후 새로운 경향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나 레코딩처럼 현대 클래식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들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
고전, 낭만주의 서술에도 문제가 많다. 일단 잘못된 정보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베토벤의 <열정>을 초기 작품이라 한다거나 멘델스존이 <한여름 밤의 꿈>을 19세에 작곡했다고 하는 등(서곡만 그렇다) 비교적 사소한 오류도 있지만, 하이든, 슈베르트, 슈만에 대한 과소평가가 더 큰 문제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작곡가의 에피소드를 무비판적으로 소개하는 점도 걸리고, '들어서 좋으면 좋다'는 식의 딜레탕트 입장도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에 비하면 세계 음악 도시들의 연주회장과 연주 단체를 소개하고 있는 2부는 가치가 크다. 이런 식으로 세계 각국을 돌며 도시를 대표하는 음악 공연장과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는 책이 드물뿐더러, 적절한 역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 나라의 독특한 음악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세세한 도시들까지 모두 커버하려는 욕심이 앞서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의 경중을 좀더 가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렇다고 든든한 기초 자료로서의 의미를 깎아 내릴 필요는 없다.
2부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종교 음악과 관련하여 유명한 오르간을 보유하고 있는 여러 교회와 성당들이다. 오르간은 교회 건축의 일부이기 때문에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직접 해당 장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곳이 갖는 공연장으로서의 의미는 남다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오르간 건축에 관한 자료를 보충하여 2부만을 독립적인 책으로 낸다면 훨씬 괜찮은 모양새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