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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 - 냄새의 문화사
콘스탄스 클라센 외 지음, 김진옥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아로마 - 냄새의 문화사>는 감각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 냄새에 관한 책이 드문 사정도 있겠지만, 이 책은 쉽고 분명한 어조로 후각의 의미를 잘 정리하고 있다. 서양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감각이 된 후각을 주제로 한 책이라면 대충 그 구성이 짐작된다. 1부는 아직 서양에서 후각이 명망을 누리던 옛 시대를 다룬다. 2부는 비서구 사회에서 후각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 3부는 현대 서양에서 후각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상업화 과정을 다룬다. 각각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이 주요 방법론이지만, 철학적, 심리학적 차원도 논의되고 있다.
전체적인 논지의 방향이 분명하므로 관건은 얼마나 풍부한 사례를 수집하여 독자를 설득시키는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대목은 2부이다. 시각 중심이 아닌 후각 중심으로 세상을 경험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어떤 부족은 계절마다 식물들이 내뿜는 향기에 따라 달력을 만들고, 몸에 칠한 진흙의 무늬로 체취를 조직하여 영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냄새를 통해 성이 결정된다고 믿고, 꿈을 낮 동안 방출된 냄새의 수집 과정으로 이해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는 방식이 문화권에 따라 상이함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이렇게 냄새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우리가 갖가지 악기 음색이 어우러진 음악을 듣듯 다채로운 냄새의 교향악을 즐길지도 모른다. 3부에서 아로마테라피와 향수 산업과 관련하여 냄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도 무척 흥미롭다. 후각의 존재 양태의 특이함을 반영하는 동시에, 후각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인식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사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