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수고하세요' '계속 욕보세요'하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가는 3학년애가 있다. 본인은 그게 나름대로 예의차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듣는 쪽으로서는 불쾌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평소에 말이 거의 없는 그 애가 꾸벅 인사하고 가는 거 불러서 지적하는 것도 뭐해서 그냥 놔두었는데, 오늘은 그 애가 부탁한 일이 그 애가 처음에 얘기한 것보다 번거롭다는 걸 알았다. 행정실 직원까지 번거롭게 하는 일이라서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지금까지 별일없이 몇번 그렇게 해왔어요, 걱정하실 거 없어요'하고 나온다. 아니, 지금까지 몇번 그렇게 해왔다면 왜 담임도 아닌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일까. 그래서, 너는 괜찮을 지 몰라도 행정실이 학교 심부름센터냐, 난 지금까지 행정실에 그런 부탁 한 적 없다했더니,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은 계속 하시던 일이나 하세요'로 나온다. 얼씨구? 그래서 붙잡고 그게 선생에게, 아니 선생을 떠나서 뭘 부탁하는 사람의 말투냐? 그리고 평소 '수고하세요, 욕보세요'란 말도 윗사람에게는 쓰면 안된다고 설교를 했다. '그럼 어떤 말로 마무리를 지으란 거여요?'하고 떫은 표정이다. 이것이 정말! 사회에 나가기 전에 바른 우리말 쓰기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그럴 시간 없단다, 아직 읽다만 책이 3권이나 있단다. 이 녀석이! 상황 파악이 안되나?  그래서 네이버 지식 검색만 해봐도 금방 나올거다, 수고하세요 대신 쓸 수 있는 좋은 인사말, 꼭 그런 식으로 대꾸해야 하냐? 보기 안좋아라고 했더니, '제가 뭘요, 읽으면 될 거 아니여요'란다. '읽으면 되잖아요'하고 실실 웃으면서 간다. 허...나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앞으로 조심할께요'하면 될 걸 그걸 못할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란 한마디 말, 왜 그걸 못할까.

기본 예의없는 아이들.  지적해줘도 그걸 모르는 아이들. 조금 잘해주면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아니, 이건 애 어른 관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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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12-0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한테 '계속 욕보시라"니..이건 어른들이나 쓰는 말 아닌가요? 수고하세요도 엄연히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쓰는 말이고, 이건 존댓말이 아닌데.....
가장 좋은 말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죠....잘 키워야 할텐데...

2005-12-0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12-0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밤길 조심하세요... 이것보단 나아요 ㅠ.ㅠ;;; 요즘 애들 넘 무서워요...

비로그인 2005-12-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초체력 저하, 기초학력 저하, 기초예절감각 저하가 슬픕니다. 혹시 저보다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께서 보시기엔 저도 해당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설풋, 듭니다.

paviana 2005-12-0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근데 저도 수고하세요란 말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 라는걸 알면서도 회사에서 나올때 그냥 나와요..ㅠㅠ 수고하세요.먼저 들어가겠습니다..라고요..
선생님께 욕보세요라는 말은 정말 깨네요..마음이 그게 아니니까 받아주자고 하기엔 그 강도가 좀 넘치네요...

아영엄마 2005-12-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 예의부터 배워야 할 학생이네요. 우리나라 말도 다시 배우고... @@

BRINY 2005-12-0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과민반응을 보인 건 아니죠? 선생이 저런 소리를 해도 '이 선생이 오늘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구나? 십구년동안 이런 소린 처음 들어보네?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자'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니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어지고, 더 이상 얘기하기도 싫더라구요. 그런데 '수고하세요'란 말조차 못하는 애들도 많으니 큰일이여요. 가정교육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실비 2005-12-0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이 어느말이 좋은말이고 나쁜말인지 잘 구별이 안되나봐요.
전 신입 보면서 느끼고 있답니다;;

BRINY 2005-12-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짜증의 연속입니다. 제가 대놓고 '고맙다''미안하다'란 말 한마디 안하냐?라고 하는데도 끝끝내 안하면서, 오히려 '어제 일부러 노는 날 나왔었는데도 일이 꼬였다'는등,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다, 선생님만 주의하면 된다'는등의 소리만 하네요. 으으!!!! 좋은 얼굴로 얘기하고 넘어가려고 했더니만!! 착각 속에 사는 이 녀석, 빨리 졸업해버려!

실비님, 죄송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사회로 보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