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고는 요즘 시작하는 드라마 원작인가?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몇 페이지 읽고나니 전혀 상관관계 없는 그저 비슷한 제목일 뿐이라는 판단이 섰다. 드라마는 15세 이상이라고 하더만 이 책은 13세가 주인공인 성장소설이다.  주변인물이 '아홉살 인생'과 조금은 유사점이 있기에 기억을 되살리며 읽었다.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한 가족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발파사고로 움직임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화물차 운전을 하다가 포장마차로 전업한 당차고 씩씩한 가장 엄마, 형임에도 지능이 유치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 모호면,  트럼펫 연주가 '전아인슈타인(전인권의 전인과 슈타인을 합해서 탄생한 이름)', 미래, 희망, 을  제시하는  '내가 본 여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소연이' 가 등장한다.

우리집 식구들은 저마다 다른 우상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상은 리모컨, 엄마의 우상은 중고 트럭이었다. 모호면의 우상은 모호했다. 지금부터 내 우상은 여우다. 동물원 울타리 안에 갇힌 여우가 아니라 십자가를 딛고 사라져버린 은빛 여우다.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참으로 적절하게 가족의 상황을 알려준다. 하루종일 방에서 리모컨만 사수하고 사는 드라마 광인 아버지, 오로지 둘째 아들의 '성적 관리'로 대학 진학후 좋은 직장을 얻는 것만이 최대 목표인 엄마는 당연히 밥벌이가 되는 중고 트럭이 우상이다. 사탕 한 개에 문구점 꼽추 여인에게 정조까지 받치는 장애아 형은 힘이 장사이고, 집념이 강하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저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전아인슈타인을 만나는 것에 위안을 삼고, 우연히 본 은빛 여우를 통해서 삶에 희망을 갖는다.

도시 한복판에 은빛 여우가 나타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분명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니또는 아닐까?  초등학교 6학년이 감내하기에는 힘든 상황(예를 들면 연립주택 옥탑에 사는 처지, 장애아 형, 아버지, 엄마의 기대치, 몽정) 들이 전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이해를 하며 성장해 간다.  세상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설상가상이란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말 일듯. 연립주택이 부도가 나고 옥탑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버지는 오랜 숙원이던 청운 연립 발파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세상을 향한 외침일까? 굉음을 지켜보면서 트럭을 타고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게 다가 온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점점 강해지는 엄마의 자리,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 어른들이 생각할때 수치스러운 일이 아이의 눈으로는 그저 단순하게 생각될수도 있다는 것. 우리의 마음 속에 은빛 여우 한마리씩 키우고 산다면 덜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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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10-0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점점 강해지는 엄마의 자리'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제 주위를 보아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나이를 불문하고 성장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지요.

세실 2006-10-0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서 좀 너그러워지고, 부드러워 지면 좋으련만 사는게 그리 녹녹치 만은 않네요. 휴가 잘 보내셨죠?
성장소설은 아이들의 심리도 알 수 있고, 인생을 간접경험하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