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의 작품 <사랑한후에>를 읽고난 후 잠시동안 사랑을 꿈꾸기도 했었다. 당장 내 앞에 한 눈에 반할 남자가 나타나더라도 '도덕적'으로 중무장한 소심한 성격으로 볼때 사랑에 빠질리 없겠지만 막연한 기대감은 어쩔수 없겠지.  그런 이유로 제목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니 만큼 무조건 구입을 했겠지만 그녀의 삶을 엿볼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식상한 수필의 스타일을 과감히 탈피한 '아름다운 시가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듯한 구성이다. 세상에 사랑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가 이렇게 많다니 작가의 다양한 편력과 나이에 비해 깊은 연륜이 읽는 내내 빠져들게 한다.

그대만이

지금은 다만 그대 사랑만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감옥 속의 겨울 속의 나를
머리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가슴 가득히
뜨건 피 돌게 한다.
그대만이
지금은
다만 그대 사랑만이
<지금은 다만 그대 사랑만이/김남주 시> 중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김남주 시인을 사랑하여 옥바라지 하는 여인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시는 마치 작가의 말처럼 전사가 아닌 '사랑의 포로'가 된 모습이다.

나이를 먹어 좋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 하는 작가.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삶을 관조하는 듯한 여유로움이 한껏 보기 좋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J, 그대가 저를 부르시면 어떻게 하죠?'라고 쓴 대목에서는 그녀의 아직도 소녀같은 사랑찬가에 부럽기까지 하다. 과연 J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봄이 노랑노랑한 햇살로 창을 기웃거립니다'라는 표현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그녀의 책 속에는 절제되어 있는 시어들이 이곳저곳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과거와 현재를 드나드는 삶의 투영들을 들여다 보면서 그녀의 고통까지도 아름답게 보여진다.

중국의 유명한 혁명가이자 뛰어난 문필가인 루쉰이 쓴 <루쉰의 편지> 는 중국 정부의 은닉으로 오랜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불과 몇년전에 알려졌다는 이야기는 혁명가 이기 전에 사랑에 빠진 남자 루쉰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그녀의 평범한 일상이 궁금했던 알량한 내 관심은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삶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것, 이만큼 살아온것에 대해 감사를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어느 정도는 채워진 것일 수도 있겠지. 한동안 이 책에서 소개한 시를 암송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J.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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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6-0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평들이 좋네요. ^^

세실 2006-06-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보다 훠얼씬 좋았습니다. 한동안 이 책 끼고 다닐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