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꿈꾸는 섬진강
김용택 지음, 황헌만 사진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엄마는 진짜 애쓴다.

엄마는 아침밥 해먹고 설거지하고
방 청소하고 빨래해서 걸어두고
마당에다가 고추 널고 또 고추 따러 간다
얼굴이 빨갛게 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고추를 딴다
해 지면 집에 와서 고추 담고
저녁밥 해먹고 설거지하고
고추를 방에다 부어놓고
고추를 가린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가리며
꾸벅꾸벅 존다
우리 엄마는 날마다 진짜 애쓴다.

뒷편에 실려있는 김용택시인의 시가  요즘 내 풍경와 어우러져 묘한 슬픔을 자아낸다.

'지금부터 나는 내 몸에 몸을 담그고 살아가는 섬진강 강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거야. 나를 닮아 사는 것도 나처럼 작고 예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야' 로 시작하는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이 화자가 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그림처럼 보여준다. 가끔 이렇게 사람이 아닌 환경이 주가 되어, 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자운영 군락, 곡성 순자강 인근에 있는 철쭉꽃,  재첩잡는 아낙들의 표정, 억새풀, 구담마을의 닥종이 만드는 풍경, 1990년대 운동회 풍경, 천담마을의 동자바위 전설, 징검다리, 마을을 지켜두던 신성한 느티나무와 선돌이 원래 있던 자라에서 뿌리가 뽑힌채 콘크리트 도로 옆으로 옮겨진 모습 등......

작가는 난개발로 인하여 사라진 풍경들을 예견이라도 한듯 잊혀진 예전 사진들을 하나씩 꺼내보이면서 안타까움과,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시골 풍경에 대한 향수보다는 도시의 화려함과 개발의 당위성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가고,  개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인공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연미가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래도 아직은 개발이 덜 된 아름다운 섬진강. 지금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도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06-03-2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이요, 정말 가보면 다른 강들에서 못느끼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향수를 느끼게도 하고, 여기 그냥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들면서.
위의 김용택 시인의 시가 정말 걸작이군요.

세실 2006-03-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눈에 비친 엄마는 참 희생적임의 대표죠.....
하지만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는것 같아 슬픕니다......
섬진강은 아직은 순수함, 자연스러움이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작년 김용택 시인 만나고 돌아오는 길의 맑은 섬진강이 그립습니다.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벚꽃 풍경도....

반딧불,, 2006-03-2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아마 개정판이죠??
사진만 더한. 헷갈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