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그림이 다소 도전적이다. 제목을 대변이라도 하듯 무도회가 끝나고 난뒤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는 자신감 넘치는 여인의 모습이 다소 위험해 보인다. 카르보의 <무도회 이후>라는 작품의 제목이다.  독서란 비도덕적이며 위험한 것, 시간낭비이고, 게으름뱅이나 하는 나쁜 습관이라고 폄하한 18세기에 여자들의 독서는 사뭇 위험한 것 이었으리라. 

"...즉 독서란 지적 능력을 지닌 특정한 남자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여자와 교양이 없는 대중은 계몽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거의 모든 지식인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자에게 책은 잠재된 위험이며,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가장의 임무를 지닌 남자는 그런 위험을 감지하고 예방해야만 했다.  

독서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책 읽는 모습을 찾다보면 만날 수 있는 낯익은 그림들과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누드로 혹은 편안한 자세로 책 읽는 여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림 한장으로 어쩜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는지 웃음이 나온다.  
속옷만 걸친 여인이 침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인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노란 드레스가 인상적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인>,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인 제임스 티소의 <정적>, 파란여우님의 이미지였던 이브 아널드의 <메릴린 먼로가 율리시스를 읽다>등은 접했던 그림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코르코스의 <꿈>이다. 초가을이 배경으로 바람에 날려 떨어진 나뭇잎과 옅은 초록빛 원피스, 초록빛 밀짚모자가 조화를 이룬다. 삶을 초연한 듯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이 여운을 남긴다. 자아가 분명한 여인이다.  

오랜 독서의 역사에 여성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던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던 현실이 씁쓸하게 한다. 책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요즘 책읽기를 권장하지만 점점 멀리하는 풍경은 "여자에게 무제한으로 허용된 독서는 성서와 종교서적" 뿐이었던 그래서 침실에서 은밀한 독서를 해야 했던 그녀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문득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21세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봄. 독서의 주체가 엄마가 되어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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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3-1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게 다행스럽네요.

세실 2010-03-15 09:07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러게 말입니다. 어제 뒹글거리며 책 읽는데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달랑 1시간뿐이었지만~~ 행복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