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 오발탄 탈향 판문점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17
전광용.이범선.이호철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절판


대학을 갓 나와 임상 경험도 신통치 않은 것들이 미국에만 갔다 오면 별이라도 딴 듯이 날치는 꼴이 눈꼴사나웠다. '어디 나도 다녀오고 나면 보자!'

- 꺼삐딴 리-63쪽

"제가 무슨 애국자나처럼 남들은 다 기피하는 군대에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노라고 자원하던 그 전에 말입니다."

- 오발탄-134쪽

일순 혁명은 잠시 어리둥절해지고, 닭 쫓던 개처럼 뻥해져 있었다. 다음 순간 어느 길가 점포에서 또 왈칵 "반공을 제일의 국시로 삼고" 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규호는 또 화다닥 달리려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고, 피시시 웃으며 땟국이 낀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25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2년의 원저작에서 이스라엘 관련 부분을 빼고 홍기빈이 번역한 책이다. 일독할 가치가 있으나, 빠진 부분들 역시 못지않게 훌륭하다.    

 

 

 

 

  (클릭하면 전문을 볼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

2차대전 이후의 신생국에서 전쟁과 내전의 많은 사례가 있어 왔지만, 미국이 개입한 강도와 지속성을 따져 봤을 때 이스라엘과 한국이 나름의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 전쟁-국가로서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제반 분야의 거시 정책이 미국의 지역 전략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물론 중동과 중국이라는 상이한 배경 탓에, 직선적인 비교가 불가능할만큼 내용과 맥락이 다른 부분들 역시 존재한다. 비교사를 논할만한 처지는 못 되고 90년대 이후를 생각해보자.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대립 구도가 여전히 재편되지 못 한채 오히려 북핵을 정점으로 하여 일종의 혼란 상태로 빠져 들어간 반면, 이스라엘은 이행기로 불릴만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흘러간 유행어처럼 느껴지는) 신경제의 대표적 예로 거론될만큼 이스라엘 경제는 급속한 자유화와 지식/서비스 산업의 팽창을 경험했고, 이것이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평화적 체제) 정책과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치적 결단을 가능케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 물론 내부적으론 적지않은 반동이 있었고,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에 가시적인 변화가 온 것도 아니었으나, 적어도 90년대 이전과 비교해본다면 변화를 위한 조건의 성숙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다. 아라파트가 백악관 단골 숙박객이었고, 이스라엘의 지지부진한 협상 태도에 클린턴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던 시절의 얘기. (진행 미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민과학자로 살다
타까기 진자부로오 지음, 김원식 옮김 / 녹색평론사 / 2000년 6월
구판절판


전형적인 연구자의 논리인데, 무엇이 중요한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논문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방향으로 자꾸만 휩쓸려가는 것이다. 연구자는 우선 논문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중략) 이러한 과정에서 참으로 독창적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그 가치를 부정할 순 없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러한 중독 증상 때문에 연구자는 '연구가 연구를 낳는 세계' 로 빠져들게 된다. 이러다 보면 '무엇을 위한 과학인가' 또는 '지금 진실로 연구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서 자꾸만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7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 근현대사
W. G. 비즐리 지음, 장인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8월
절판


기타 잇키는 반드시 도래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혁명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이 지도력을 갖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제1단계는 군사 쿠데타로서, 일본의 기존 엘리트를 깨끗히 일소하고 천황과 인민의 직접 관계에 기초한 체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음 단계로서는 100만엔 이상 되는 개인 재산을 몰수하고,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며, 10만엔 이상 되는 개인 소유 토지를 압류하고 재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천황은 황실 재산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정화된다면 일본은 근래의 정권들보다 대외 문제에서 언제나 더 정열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일본은 국가 프롤레타리아의 일원으로서 부국으로부터 정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아시아 본토에 대해 팽창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서양에 대항하여 모든 아시아인들의 이익을 후원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213쪽

전향이 단지 공포와 곤경의 결과로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당국이 구속 심문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거의 모든 동료 일본인들과 어느 정도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할 수 있었다는, 즉 인종적 민족적 소속감에 호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공산주의자 사노 마사부와 나베야마 사다치카의 경우가 유명한 예이다. 1933년에 이들은 일본의 경우에 한해 자신들의 신조 중에서 반제국주의의 신념들을 부인하게 되었다. 그들은 일본이 서양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아시아를 지도하고 있으므로 "후진국인 중국으로 팽창해서 대만과 조선의 경우처럼 만주를 일본의 지배 하에 두는 것이 옳다, 이러한 과업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식민지 독립과 민족 자결권이란 관념은 시대에 뒤떨어진 부르조아 이념이다' 라고 말했다.-237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zuaki 2006-08-17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우와 극좌는 통한다고 하더군요. 1930년대 유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놀랄 만큼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고 해요. 독재 치하의 북한은 태평양전쟁기의 일제시대와 닮았고요.
비즐리의 이 책, 저는 1996년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가워요. 일본사를 처음 읽던 무렵 교보에서 이 책을 샀을 때의 두근거림이 생각나네요. 지금 다시 읽으면 그 때 못 보았던 것들도 많이 보이겠지요.

중퇴전문 2006-08-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체제에 기인한 빈부격차의 심화와, 특히 도시소대중과 농민의 고통이 컸다는 사실이 짐작되지요. 소위 황도파를 단순히 위치적인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2.26 사태 이후 정권을 독점한 통제파가 주도했던 일본도 덜 극단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저 대목을 옮길 땐, 이념의 일본화 같은 것들이 좀 생각되었습니다. 암튼 오랜만이네요.^
 
기술의 역사
자크 엘루 지음, 박광덕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6년 4월
구판절판


현재 경제기술은 다음 둘 중 한가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경제기술이 자신을 유효하게 만드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아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이 거대한 이용가치물을 그냥 추상적인 것으로 내버려두겠는가. 경제기술의 발전에는 국가만큼 좋은 매개체는 없다. 하지만 그 후 국가는 그 자체로 기술이 될 것이다.-244쪽

중요한 것은 노동이 어떤 의미에 있어 이전보다 더 가혹하다는 점이 아니라 인간의 또 다른 자질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노동이 인간의 참여를 의미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러한 부재는 적극적이고 중요하고 효율적이다. 그것은 전체로서의 인간 whole man 과 관련이 있으며, 그 부재가 노동의 필요에 순응하고 노동의 목적에 따라 형성될 것을 전제로 한다. -3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