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전체가 보여지지 않고 파편적인 부분들만이 자꾸 등장하는 것 같고, 그것 하나 하나를 상세히 암기한 뒤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 것처럼 느끼죠. 대다수 참고서들의 개념 설명 역시 '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가' 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러이러한 공식이 있다' 는 소개에 가깝습니다. '설명' 과 '소개' 는 엄연히 다릅니다. 많은 수학 참고서들이 불성실한 개념-공식 소개 뒤에 문제를 주욱 늘어놓고서 학생들에게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죠.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입시 수학을 위해선 어느 정도 연습을 해야 할 필요도 분명 있죠. 문제는, 기본적인 약속 체계 위에서 논리성을 지키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수학의 추상적인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가 고통스러워지는거죠. 원래 사람이란 오래 전부터 '고민을 통한 이해' 를 하게 되어 있는 존재이고, 수학 역시 인간이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만들어낸 일종의 생각입니다. 즉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머리로 고민한 끝에,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는거죠. 모든 수학이 그냥 생각만 열심히 하면 그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고교 과정의 수학에선 특별한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을 좀 들여서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면 될 것을, 그 과정을 생략하고 답 찾는 연습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오랫동안 이어져온 인간으로서의 학습 본능이 그걸 거부하는거죠. 인간은 문제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필연성이 충분히 납득될 때까지 논리적인 판단과 사고를 하게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문제풀이를 스스로에게 강요할 때, 하는 것도 힘들고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는거죠. 자신의 수학 공부가 개념들의 필연성과 서로간의 연관성과 전체적인 논리성에 대한 고민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합니다. 왜 그런 것인가, 다르게 접근할 순 없는가, 기본적인 전제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간 것인가.. 개념을 고민해 볼 때도, 문제를 풀 때도 집요하게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구나' 라고 느껴진다면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이해한 것들이 오랫동안 머릿 속에 남아 있을거구요. 물론 의문은 계속해서 가져야 합니다, 그 의문은 자신의 생각으로 해결해야 하구요.

 

    

 

 

 

수10 과정을 위해선  이 책 두권을 추천합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수학 10은 중학교 수학 3년의 반복이자 이미 수천년, 수백년 전에 정리된 약속들이 대부분입니다. 미적분과 확통 편도 있음.

 

 

 

 

 

일본 수학교육협의회에서 낸 책입니다. 기본적인 기하와 대수, 확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초에 대하여 아무래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유합니다. 고등학생이 중학교 수학 정도의 기초를 정리하고 싶다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단 기본적인 약속 체계와 정의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의 내용이 이해된 뒤에도 본인의 수학 기초가 계속 의심스럽다면 중학 3년간의 수학 교과서를 모두 구하여 소설책 읽는다 생각하고 찬찬히 읽어 보길 바랍니다. 아마 주말을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을걸요.    

 

 

 

 

 

이 책의 설명도 다른 책들보단 상세합니다. 문제가 좀 어렵기도 하고 분량도 많은데, 일단 문제풀이 대신 뭐라고 써놨는지를 음미해 보세요. 수학10만 네권이나 되고 책값도 좀 비싼데, 헌책방을 이용하거나 서점에서 구경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역시 수1,2 미적 편까지 있습니다.

 

수학I을 예습해 보고 싶다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1대1 과외를 글로 옮겨놓은 듯한 책이죠.  이 책도 수 2와 미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절판되었는데, 헌책방이나 헌책 싸이트에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기존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논리성이 무엇인지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위 책의 저자가 일종의 확장판으로 내놓은 책입니다. 교과 과정의 설명에 수학사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장점인 책이죠. 비싸긴 한데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언어의 체계와 수학의 체계, 그리고 둘 사이의 유사성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도 일독을 권유합니다. 유난히 수학을 어려워하는 성향이라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논리적 사고에 관한 책들입니다. 서점에서 구경하다 보면 어느 책이 취향에 맞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논리적 사고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는 책들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과목들은 세부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습니다. 대부분 논리에 관한 것들이죠. 수학만큼이나 역사가 길고 결국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 할 수 있는 철학의 논리성은 수학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역시 서점에서 구경해 보길 권유합니다.

 

 

 

 

 

수학사를 읽는 것은 분명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수학사를 모르고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들이 발생했던 당대의 맥락과 역사적인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수학 교육 때문에, 서두에서 말한 문제점들이 생겨 납니다. 박영훈씨의 저작과 역서를 꼭 읽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나온 이 책 역시 추천합니다. 다른 책들처럼 수학사 전반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후반부에서 몇가지 주제를 보충해 놓은 점이 눈에 띕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구어체이기도 합니다.

 

 

 

 

 

과학사가 대개 그렇지만, 수학사도 좀 분량이 많습니다. 조금 덜한 것 중에 괜찮은 걸 골라 봤습니다. 이외에도 경문사에서 나온 다른 수학 교양서 중엔 좋은 책이 많습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찬찬히 구경해 보세요.

 

 

 

 

 

그리고 수학 교과서를 추천합니다. 아무 출판사나 상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교과서면 됩니다. 역시 주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놓고 있는가 입니다. 그리고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학습 목표도 곰곰히 음미해 보세요, 특히 문제로 연습할 땐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 문제집을 특별히 추천하진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면 참고서나 문제집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하게 봐야 할 책은 교과서고, 바꾸려 노력해야 할 부분 역시 자신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소개한 책들을 다 봐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책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죠. 단지 변화의 계기가 되거나 자극이 될 뿐 입니다. 여러 주장과 설명들을 접하며 사고를 넓혀보기 바랍니다.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엔, 교양적인 독서를 충분히 학교 공부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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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7-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 좋은 리뷰나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whiterabbit91 2006-09-0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녀석과 함께 잘 읽어봤습니다. 전 좀 마음을 비우고 아들은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중퇴전문 2006-11-1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공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책벌레』 2008-09-2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시네요. 도움 많이되었어요

중퇴전문 2008-09-30 15: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문댕 2010-02-21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수학 선생님이신가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분과 어투가 많이 유사해서요.
흠.. 왜 확신이 드는건지.. 흠..
무튼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둘러보니 선생님 맞으시네요. 본의 아니게 사적인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별 의도는 없었구요. 그분이 평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실례가 되엇다면 죄송합니다.

문댕 2010-02-21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성함이.. 강필.. 선생님 인가요?
혹 제 질문이 언짢으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달리 드릴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꾸벅.

중퇴전문 2010-05-06 01:46   좋아요 0 | URL
강필 선생님 아닙니다.;; 언짢을건 당연히 없구요.^^
문댕님도 가끔 들르셔서 공부나 수학이나 다른 어떤 주제든 괜찮으니, 좋은 글 남겨주세요~~

nowlife 2011-01-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관련 책을 찾다 많은 도움을 받고 갑니다. 수학공부의 방향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아이와 함께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글 담아갑니다.

중퇴전문 2011-01-19 15:33   좋아요 0 | URL
즐거운 공부가 되길 기원합니다. 좋은 책이나 정보가 있으시면 가끔 들러주세요.^^

2017-09-11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퇴전문 2017-10-31 11:08   좋아요 0 | URL
메일 드렸습니다.

chaosmos77 2018-02-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수학책을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혼자서 공부하는 아이라 좋은 책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책들을 많이 보았으면 해요.
꼭 교과 진도가 아니어도 아이가 흥미가진 부분을 공부하면서 확장해나가려고 합니다.


중퇴전문 2018-06-18 05: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청소년을 위한 수학사‘ 같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큰 오프라인 책방에 데려 가서 다른 책들도 한번 흝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