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어를 고발한다
최용식 지음 / 넥서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을 '한국을 고발한다' 로 바꿔도 무방할만큼, 한국 사회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자기혐오와 동일화에의 욕망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책이다. 저자의 비판은 '올바른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지만, 콩글리쉬 라는 현상이 자기부정과 피상적 모방으로 점철된 남한 근대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때, 책이 던져주는 시사점은 단순히 영어학습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료와 기업과 대중매체와 일반 시민들의 언어생활에 이르기까지.. 전혀 사회화/내재화 되어 있지 않는 '영어' 란 외국어를 그런 식으로라도 굳이 써야겠다는 집단적 욕망은 과연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또한 방법의 측면에서, 한국사회에서 대체로 생각해내는 것들이 어학연수, 조기교육, 각종 영어시험, 영어공용화론 등등이다. 90년대 중반 이후론 거의 학외 커리큘럼이나 다름 없는 랭귀지 스쿨 다녀오기와, 대학 도서관의 열람실 책상마다 놓여 있는 토익 수험서들, 그리고 원어민 영어학원을 전전하고 있는 수많은 초딩들에 이르기까지, 남한 사회는 진작부터 영어 열풍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세세하게 논할 형편은 못 되고,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토익 준비할 시간과 정성에 차라리 영어로 된 고전을 읽으면 안 될까. 애들을 무턱대고 학원으로 내몰게 아니라 일단은 충분히 놀게 해주고 (놀아야 뭔가 경험하고 사고를 확장할 것 아닌가), 남는 시간에 책을 좀 읽히면 안 될까. 저자가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설령 영어를 잘하고 싶다 하더라도 영어 그 자체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한국에선 누구나 한국어를 하고, 미국에선 일자무식의 바보도 영어를 한다. 그런 수준의 언어가 아니라 사상과 철학과 감정을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목표라면, 그건 어학연수와 학원과 영어학습서들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상과 철학과 감정을 '실제로 살아내는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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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천석 2005-06-3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리적인 생각을 정돈된 언어로 잘 풀어내시는 분이군요. 단순히 시험을 위한 영어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영어권 철학과 사상의 저작을 다양하게 섭렵하고 그 바탕으로 성숙된 자기 생각을 영어라는 다른 길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가를 평가해야 하는데 말이죠.

miyako 2009-02-0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분은 님처럼 말로만 "토익대신 다른공부해야 좋을게 아닐까 아닐까 " 말만하는분이 아닌 실천가입니다

대단한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