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퇴근은 버스,지하철을 거쳐야 겨우 목적지에 다다르는 만큼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지나간 영화를 볼수 있는 시간도 있다. 그외에도 지하철에서는 가끔 앞의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잠실에 타자마자 앉을 수 있었는데, 옆자리에 젊은 청년이 앉아있었다. 모 그러려니 하고 앉았는데, 이청년 무지하게 피곤했나보다. 보통 조는 수준이 약간만 고개가 기우뚱 하는 정도인데, 너무 내쪽으로 기울어서 나와 책 사이의 간격에 딱 머리가 끼어 책이 안보일 정도였으니.. 모 그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책을 이리저리 머리를 피하며 읽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타시길래 자리를 양보했더랬다.
그리고 일어나서 가는중에 이 청년 오른쪽 할머니쪽이 아닌 왼쪽 아저씨쪽으로 다시 온몸을 기울여가며 졸고 있는데, 이 왼쪽에 있는 아저씨 성격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이 기대었던 것도 아닌데, 약간만 몸이 그쪽으로 쏠렸을 뿐인데, 아저씨 점점 성질이 나셨는지 처음엔 몸을 툭 건드리는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그 청년에게 알리시더니, 그래도 이 청년이 깰 생각은 안하고 잠시 몸을 가다듬다가 다시 기대자 나중엔 팔꿈치로 푹!하고 치는 것이었다. 놀란 이청년 잠에서 깨더니, 어딘가를 두리번거리면서 확인하더니 사태를 파악했나보다. 기분이 나빴던지 그 다음 정거장에서 휘리릭~ 내리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지어졌다.
어떻게 보면 그 청년이 본의아니게 불편을 준것은 맞다. 하지만, 고의로 그런것도 아니고 피곤해서 조는건데, 그렇게 티나게 치는 것은 아저씨가 너무 하신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TV에서 어떤 아가씨가 몸을 기울이며 졸고 있는것을 그 옆자리의 남자가 어깨를 빌려줬던 것이 나왔던게 기억이 난다.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