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에 있었던 일이다. 집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으면서 가고 있는 도중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어떤 남정네가 내 옆에 전화통화를 하며 철푸덕하고 앉았다.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이 아해가 다리도 떨면서 어찌나 길게 통화를 하는지, 통화내역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화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현재 여자친구로 보이는 친구가 피자헛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피자를 주문할거냐 였다. 정말 간단하고도 간단한 문제이다. 나같으면 결정하는데, 단 5분이상을 할애하지 않을 것같은 이 문제로 이 남자 정말 끈덕지게 통화를 한다.

 통화내용은 '큰거 먹음 니가 집에 포장해가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야기하다가 '너 집에 포장해 가면 동생한데 다 빼앗길거 같은데, 그냥 작은거 먹을까?' 부터 시작해서 '그건 베이컨이 들어가 있나?' '아니야, 그거 안먹어봐서 잘 모르겠어'까지 정말 피자라는 주제로 저렇게 통화가 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목적지까지 향하고 있었다. 내가 그 통화내용만 주구장창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니여서 그 외에 피자로 인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더 모르겠으나, 그 남정네가 탔던 동대문 운동장에서 내가 내리던 강변역까지 그 통화는 이어졌고(내가 내릴때즘 작은걸 먹자고 말하는 중이었다.) 아마 그 남정네는 내릴때까지 그렇게 통화를 하지 않았을 까 추측해본다.

 어떻게 보면 그남자 정말 살면서 대화는 끊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결정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문제가 30분을 넘어서 대화를 할수 있다는것.. 그것도 능력이면 능력이다 싶었다. 지금에서 생각난건데, 내가 그사람이 신경쓰였던 또 하나의 문제는 머리의 크기에 비해서 핸드폰이 작았던지, 말을 할때는 핸드폰을 입에 가져가고 들을 때는 다시 귀에 가져갔기에 무척 번잡스러웠다. 거기에 다리까지 떨고, 말까지 하다니, 정말 몇개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나중엔 내가 그 전화 빼앗아서 거기 어떤 피자 맛있거든여? 그거 드세요 하고 확~ 끊어주고 싶었다. 그 커플은  결국에 무슨 피자에 어떤 추가 메뉴를 먹었는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나 참 오지랖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