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장바구니담기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일까? 원인이 없는 결과도 있지 않을까?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87쪽

"제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어떤 때는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뀌는 법이란다. 네가 할 일은 거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것뿐이야."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식탁 앞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갖가지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 벽, 수공 소나무 캐비닛, 조리대, 주방 기구들, 장식장에 깔끔하게 쌓인 흰 웨지우도 접시들, 메모판에 핀으로 꽂은 가족사진, 냉장고를 장식한 학교 알림장과 애덤의 그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251쪽

"상대방의 진면목은 나중에야 알 수 있고. 뭐 '경험이란 실수를 좋게 포장한 말일 뿐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오스카 와일드?"
"소니 리스턴."-3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구판절판


살다보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어처구니없는 곳에 쓰게 되면 인생이 바뀐다는 걸 알게 된다.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일단 빚을 내서 요트를 한 대 사보길 바란다. 요트 정도는 되어야만 한다. 그러면 당신은 평생 바다를 동경했었다고 떠들어댈 것이다. (김연수)-13쪽

늘 언어는 사랑보다 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무지한 채로 사랑하고, 이별한 뒤에야 똑똑해진다. 이 자체가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김연수)-25쪽

영국 작가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파티에 참석해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다 (세상에!) 커트 보네거트를 만났다는 것이다. 닉 혼비는 커트 보네거트를 추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 자녀에게 가르치되 대신 금연에는 단점도 있다고 알려주는 게 정당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미국에 현존하는 가장 위댛나 작가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기회도 얻지 못하게 되리라고 말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읽고도 담배를 다시 피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커트 보네거트는 2007년에 죽었다. (김중혁) -154쪽

"네, 저는 김중혁이라고 합니다"라는 발음을 40년 가까이 해왔는데 아직도 나는 그 말을 하는 게 참으로 힘들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최대한 쉬운 이름을 지어주려는 것도 그 떄문이다. 내 소설 속 주인공은 대부분 이니셜이나 별명으로 불린다. 단편소설이야 'K'니 'M'이니 하는 이니셜이나 별명으로 해결한다지만 장편을 쓸 때는 이름이 꼭 필요한데, 이름을 지을 때마다 고민이 많다. 이런 이름은 너무 흔하고, 저런 이름은 부르기 힘들고, 그런 이름은 누군가의 이름과 비슷하고, 그렇게 이름을 생각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이름 짓기가 몹시 귀찮아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책에서 이름을 고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집어든 책이 <꼬마 니콜라>였다. 하필이면 외국 책이 걸릴 게 뭔가, 싶었지만 의외로 괜찮은 이름인 탄생했다. 책의 저자인 르네 고시니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고신희'라는 한국 이름이 떠올랐다. 부르기 좋은 이름이다. 글미을 그린 장 자크 상페의 이름을 보고는 '장상배'가 떠올랐다. 쓰고 싶었던 소설 주인공의 캐릭터가 딱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이름이었다. 장상배와 고신희, 은근 잘 어울리지 않나. (김중혁)-204쪽

우리의 삶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일 뿐이다. 같은 자리를 맴돌긴 하지만 그 자리는 조금씩 넓어진다. 많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큰 원을 그릴 것이다.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살마은 더 적고 촘촘한 원을 그릴 것이다. 어떤 게 더 좋고 나쁜 건 없다. 넓은 모기향과 좁은 모기향은 삶의 취향일 뿐이다.-2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삼촌 오스왈드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9년 6월
품절


"위대한 작가들한테는 묘한 점이 있어." 야스민이 말을 이어갔다. "아주 평범해 보인다는 거야. 위대함을 보여주는 실마리가 하나도 없어. 화가하고는 달라. 위대한 화가는 어쩐지 위대한 화가처럼 보이거든. 하지만 위대한 작가는 대개 치즈 공장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같아."-2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죄 없는 딸이 등장하는 두 번쨰 고문 이야기는 어슐러 르 귄이 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짧은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62쪽

어떤 쾌락이 고급인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고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햄릿>을 위대한 예술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보다 못한 오락거리보다 <햄릿>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고급 능력을 끌어내고 더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82쪽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도덕법을 생각해, 의무감에 따라 행동한다는 뜻이다. 도덕법은 정언명령인 인간 자체를 목적으로 여겨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정언명령에 따른 행동만이 자유로운 행동이다. 가언명령에 따른 행동은 외부에 주어진 이익이나 목적을 의식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내 의지는 내가 아닌 외부 힘에 의해, 내가 놓인 환경의 필요에 의해, 어쩌다 생긴 내 바람과 욕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율적으로 행동할 때,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할 때만이 본성과 환경의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한 법칙은 특정한 바람이나 욕구에 구애받지 않는다. 따라서 칸트가 말하는 자유와 도덕의 까다로운 개념은 서로 연결된다. 자유롭게 행동하기, 즉 자율적으로 행동하기란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즉 정언명령에 따라 행동하기와 똑같은 하나의 개념이다.-173쪽

교육 기회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떤 주자가 다른 주자에 비해 빠르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 빠른 주자에게 납덩이 신발이라도 신겨야 하는가? 평등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능력 위주 시장사회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재능 있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어 강제로 평등을 달성하는 일뿐이라고 말한다.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해리슨 버거론>은 바로 이 근심을 반유토피아 공상과학으로 묘사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는 2081년이었다. 모든 사람이 마침내 평등해졌다. (......)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이 철두철미한 평등은 미국 평등관리국 요원들이 이루어낸 성과다.-2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