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죄 없는 딸이 등장하는 두 번쨰 고문 이야기는 어슐러 르 귄이 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짧은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62쪽

어떤 쾌락이 고급인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고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햄릿>을 위대한 예술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보다 못한 오락거리보다 <햄릿>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고급 능력을 끌어내고 더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82쪽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도덕법을 생각해, 의무감에 따라 행동한다는 뜻이다. 도덕법은 정언명령인 인간 자체를 목적으로 여겨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정언명령에 따른 행동만이 자유로운 행동이다. 가언명령에 따른 행동은 외부에 주어진 이익이나 목적을 의식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는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내 의지는 내가 아닌 외부 힘에 의해, 내가 놓인 환경의 필요에 의해, 어쩌다 생긴 내 바람과 욕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율적으로 행동할 때,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할 때만이 본성과 환경의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한 법칙은 특정한 바람이나 욕구에 구애받지 않는다. 따라서 칸트가 말하는 자유와 도덕의 까다로운 개념은 서로 연결된다. 자유롭게 행동하기, 즉 자율적으로 행동하기란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즉 정언명령에 따라 행동하기와 똑같은 하나의 개념이다.-173쪽

교육 기회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떤 주자가 다른 주자에 비해 빠르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 빠른 주자에게 납덩이 신발이라도 신겨야 하는가? 평등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능력 위주 시장사회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재능 있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어 강제로 평등을 달성하는 일뿐이라고 말한다.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해리슨 버거론>은 바로 이 근심을 반유토피아 공상과학으로 묘사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는 2081년이었다. 모든 사람이 마침내 평등해졌다. (......)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이 철두철미한 평등은 미국 평등관리국 요원들이 이루어낸 성과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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