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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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1분, 혹은 4시 44분의 우연처럼 접한 김애란의 소설은, 끈적이며 유머러스한데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실, 꽤 재미있다는 몇 편의 리뷰를 읽고 살까말까 고심했었는데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놓았더랬다. 형광핑크 반바지를 입은 털 복슬복슬한 남자의 다리라니.. 제목이 '달려라 아비'이니 분명 저 징글맞은 다리는 아버지의 다리일 텐데, 그게 왠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심하고 읽어보고나니 아이고 이렇게 기막히게 글과 그림이 어우러질 순 없겠구나. 왜 그런지는 읽어본 사람만이 알 일. 쉽게 읽히고 군데군데 공감 가는 구절도 있다. 특히 앞에 인용한 11시 11분, 혹은 4시 44분의 우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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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09-08-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형 이 재미있네요 ^^ 갑자기 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만 캡쳐했다는 그림이 연상 ㅋ

고도 2009-08-3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제 이상형도 합쳐 놓으면 별거 아닌 게 되는 건가요? ㅋ

다이조부 2009-09-0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ㅋ 근데 고도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저 이상형 만 봐서는 감이 잘 안오네요.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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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무적이므로, 내게 가끔 성적이다.... 신명조의 말투.-42쪽

그러니 어떤 우연들은 11시 11분처럼, 혹은 4시 44분처럼 그렇게 다가오기도 한다.-120-121쪽

고메라섬 부족은 휘파람으로 된 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높낮이와 길이가 다른 수많은 휘파람 소리를 만들었다. 그들이 휘파람 언어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 때문이었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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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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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으면, 나도 어서 나이가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무덤덤하면서도 인생을 달관한 듯한 문투가, 인생 육십 넘어야 비로소 깨우칠 것 같은 진리가, 못내 부럽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두려워지는 때가 있는데, 혹시라도, 정말 외람되지만, 박완서 님이 세상을 뜨기라도 하시면 어쩌나 미리 눈물이 그렁해진다. 아껴읽어야겠다.

여기 이 단편들은 스펙터클한 맛은 없지만 '두부'같고 '싱아'같은 맛이 난다. 쉽게 잘 읽히는 반면 생각할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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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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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그 남자네 집>-78쪽

그는 비치에 가잔 소리를 지구가 아직도 둥근가 보러 가자고 했다. 그는 농담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이 그를 농담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후남아, 밥 먹어라>-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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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믿다 - 2008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권여선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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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사는 건 연례행사요, 습관이다. 그 해의 콜렉션을 채우지 않으면 허전하고 안절부절못하기 때문.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이들의 리뷰를 흘낏흘낏 곁눈질 해보니 <사랑을 믿다>의 처음이 다들 꽤 마음에 둔 눈치.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

돌연 마음이 유쾌해진다. 하지만 뒷부분엔 또 이렇다.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겼다는 건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지만 청춘에 대해서는 만종과 같다.

그렇구나. 청춘은 녹록치 않구나.

쉬이 읽히는 소설이고, 그렇지만 읽고 난 후 시간이 조금 필요한 소설이다.

박민규의 <낮잠>도 참 좋다. 박민규 작가야 워낙 페이보릿 하는 작가니 선입견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쩌냐. 소재가 '노인'인데도 그게 오히려 새롭다 (박민규니까). 이런 단편소설집은 편애하는 작가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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