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일본의 맛 - 영국 요리 작가의 유머러스한 미각 탐험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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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메구로 기생충 박물관이다. 실물처럼 만든 개똥 모형도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동시에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전시물 중 하나다. 강에서 물고기를 거쳐 인체로 들어오는 기생충의 먹이사슬을 표현한 그림도 여럿 있다. 그리고 8미터나 된다는 ‘문제의‘ 거대 촌충이 있다. 송어를 먹고 촌충이 생긴 어떤 남자의 몸에서 제거한 것이다. 유리 상자 안에 겁먹은 유골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나한테 저런 게 있으면 밧줄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에밀이 맥가이버 같은 엉뚱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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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가죽 강판을 사기에 최적의 장소를 알아내는 데는 그리 많은 검색이 필요하지 않았다. 갓파바시 거리는 도쿄의 ‘반드시 봐야 할 장소‘ 목록에서 쓰키지 시장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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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유명한 ‘바타콘 라멘‘을 먹기에 라멘 요코초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바타콘은 ‘butter corn‘의 일본식 발음이다.) 주재료인 버터와 옥수수는 홋카이도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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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도쿄 노동자들은 오늘날 그들의 후손과 마찬가지로 항상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상을 살았다. 요즘 일본 초밥 식당을 보면 항상 입구에 일종의 커튼, 즉 포렴이 처져 있는데 이 무렵에 시작된 것이다. 초밥 식당 앞에 드리운 포렴을 일본어로는 노렌이라고 하는데, 시간에 쫓기는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재빨리 손을 닦던 용도였다. 그래서 당시만 해도 노렌이 더러울수록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라는 증거였다. 식당에 들어온 다음에는 부리나케 먹고 나가야 하는 손님들을 생각해서 하나야 요헤이라는 에도 시대 요리사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주문이 들어오면 초밥용 밥을 한쪽 손으로 쥐어 네모 모양으로 만들고 거기에 생선을 얹어주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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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는 이런 소식 철학을 표현하는 격언도 있다. ‘하라 하치-부‘라는 말인데 ‘배가 80퍼센트 찰 때까지 먹어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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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사람들이 예로부터 가장 많이 먹는 육류는 무엇일까? 그렇다. 돼지고기다. 실제로 오키나와 사람들은 돼지고기 요리로 유명하며 "돼지에는 울음소리 뺴고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유명한 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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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방언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윌콕스와 동료들이 인터뷰했던 100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다수가 당시까지도 일을 하고 있었다. 풀타임으로 하는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원을 돌보고, 채소를 키우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일부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므로 서구에서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공공 의료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 심지어 분노가 점점 더 커지는 반면, 오키나와에서 100세 이상 노인은 사회에 부담이라기보다는 활력소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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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통과해 들어간 다음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판석에 방금 물을 뿌린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환영의 마음을 표시하는 일본의 관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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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파리, 뉴욕 등지에서 최근 인기 있는 소위 ‘핫 플레이스‘ 요리사 가운데 자신의 요리가 현지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쓰고, 신선하며, 단순하다고 말하는 요리사가 얼마나 되는가? 그러고는 거품을 잔뜩 내거나, 젤라틴을 사용하거나, 수비드 조리를 하거나, 퓌레로 만든 그런 음식을 내놓는다. 탑처럼 높이 쌓은 음식, 동그란 틀로 찍은 음식, 소스에 대해 말하자면 어느 비평가의 인상적인 지적처럼 "스틸레도 힐을 신은 누군가가 똥을 밟고 미끄러진 것처럼" 지저분하게 소스를 처바른 음식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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