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관촌수필을 포함해, 그 정도 시절 책을 읽다보면  지리멸렬하지만 어딘가 낭만적인 가난과 사색이 부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경제가 웬만큼 발전해서인지, 식모니 양반이니 상것이니 하는 것들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거니와, 또 웬만한 도시에서 살아서인지 '완연한 가을에 모과와 땡감을 함께 씹으면 물대추 맛이 난다던지',  '어린아이가 안질에 걸리면 허투루 박았던 못을 빼내야 한다던지' 하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이 자랐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낭만이란 것은 고작해야 삐삐를 쳐서 "거기 6767번 호출하신 분이요"라고 외치고 가까스로 통화를 해 밀어(? ㅋㅋㅋ)를 나누는 고딩시절의 풋사랑일 뿐이니 할 말 다했다. 물론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삐삐를 본 적도 없을 테니 그들에겐 이게 옛날식 낭만일 수도....(???)

이문구의 어린시절을 함께한 아름다운 관촌 이야기. 이문구 스스로 "관촌수필만은 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여 좀더 낫게 써보려고 나름으로는 무던히 애쓴 편"이라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그를 엄격하게 훈육한 조부, 한마당에서 자라다시피 한 옹점이, 대복이, 복산이 등... 그들 모두 그 시절 아니면 다시 없을 인물일 테지만, 그들이 아니었던들 이문구가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싶은, 대단한 소설의 소재들이기도 하다. 그런 훌륭한 관촌의 사람들과 유년 시절을 함께 한 이문구가 새삼 존경스럽고 부럽다.

나처럼, 관촌수필이라는 제목만 수없이 들어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름다운 토속어들과 그 시절의 민간요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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