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성석제 지음, 김경호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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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냉면은 맛있다. 허나, 처음엔 맛이 없다.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춘 듯 달달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아닌 전혀 달지 않은 맛에 처음엔 고민했다. 식탁 위의 설탕을 넣을까 말까... 하지만 사람들이 칭찬해 마지 않던 그 귀한 국물맛을 버릴까 싶어 설탕을 넣지 않고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다 먹고 나니 "참 맛있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돌아와서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맛. 그 맛있는 냉면 쿠폰도 준다니... 이 책 참 대단하네. 게다가 성석제의 책이 아닌가. 참 대단할 게 뻔했다.  

굳이 목차를 훑어보지 않아도 신간이 나오면 꼭 사게 되는 책이 있는데. 내겐 이외수의 책이 그러하고, 하루키의 책이 그러하고, 성석제의 책이 그러하다. 최소한 작가 이름에 먹칠하는 책은 아니겠거니 하는 보증수표랄까... 하지만 중간중간의 삽화가 걸린다. 가끔 하루키의 글이 더 유유자적(?)하게 느껴지는 건 안자이 미즈마루의 엄청나게 간결한 삽화에도 그 원인이 있거늘... 소풍의 삽화는 글을 방해한다. 글은 인간적이고 거친 시골맛이 나는데, 삽화는 어딘가 기계적이다. 어울리지 않아... 글과 상관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길 원했으나 전혀 유머러스하지도 않다.

또 하나 아쉬운 점. 소풍을 읽고 나서 본문에 나왔던 심연섭 선생의 "술, 멋, 맛"이라는 책을 꼭 사고 싶었는데 알라딘에 그 책이 없다. 성석제가 말하기를 "내가 아는 한 술에 관련된 당대 최고의 교양서적"이라던데... 이 책, 구해 주세요 ㅠㅠ

 

마음에 드는 구절 몇 개.

1. 니나노집은 아버지들의 바운더리였다. 아버지들은 아들들이 그곳에 가는 걸 원치 않았던 듯 자신들의 시대가 가면서 함께 가지고 가버린 것 같았다.

2. 역시 기네스는 맛있었다. 풍성한 거품이 까만 맥주 색깔과 대조를 이루며 크림처럼 부드럽게 입술 주변을 간질이는가 싶더니 커피처럼 강한 씁쓰름함 뒤에 초콜릿 같은 달콤한 냄새가 살짝 풍겼다...... 그 맥주는 기네스보다 훨씬 걸쭉했다. 발표한 곡물의 텁텁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말고는 꾸밈없이 단순했다. 시골장터에서 만난 어린시절 친구가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듯한 느낌의 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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