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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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은 막대기처럼 목에 걸리고, 두 번째 잔은 매처럼 날아가고, 세 번째 잔부터는 작은 새들처럼 마구 넘어가는 것이다. -265쪽

가정생활에서 무언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완벽한 불화나 애정 어린 화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부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닐 경우에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가정이 단지 완전한 불화도 화합도 없다는 이유로 부부 모두에게 지긋지긋한 그 묵은 자리에 수년 동안 머무르곤 한다. -396쪽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의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기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정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455쪽

그는 그녀와 보낸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그러한 순간은 독에 오염되어 영원히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그러나 씻을 수 없는 회환을 남긴 채 실현되어 버린 그녀의 의기양양한 협박만을 기억했다. 그는 더 이상 치통을 느끼지 않았다. 흐느낌이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486쪽

언젠가 그는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의지'라는 말이 들어갈 자리에 '사랑'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그 새로운 철학은 그가 그 철학을 벗어나기까지 이틀 동안 그를 위로해 주었다. -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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