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처럼 - 아이, 엄마, 가족이 모두 행복한 프랑스식 육아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이주혜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3년 3월
구판절판


프랑스 부모는 흔히 아이들에게 '사쥬 sage(현명해라)'라고 말한다. 미국 부모들이 '착하게 굴어라 be good'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현명해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좀 더 큰 뜻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내가 빈에게 착하게 행동하라고 말하면, 아이는 그 시간동안 길들여진 행동을 해야 하는 야생동물 취급을 받는 것과 같다. 착해지라는 건 그것이 아이의 본성과 정반대라는 숨은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명해라'라는 말은, 이미 빈에게 있는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존중하라는 뜻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를 믿는다는 뜻을 함축하기도 한다. -92쪽

아이가 노느라 바쁘면 그냥 혼자 놔둔다. 이 대목에서도 프랑스 엄마들은 직관적으로 최고의 과학을 따르는 듯하다. 월터 미셸은 18개월~24개월 아이를 키우는 최악의 장면을 이렇게 꼬집었다. '아이는 저 혼자 노느라 분주하고 행복한데, 엄마는 시금치를 잔뜻 집은 포크를 들고 뒤를 졸졸 좇아 다니는 모습!'
"아이가 제 일에 분주해 부모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끼어들고, 아이가 부모를 몹시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있어주지 않을 때 상황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주목하는 것입니다."-99쪽

프랑스 전문가들은 '잠'과 마찬가지로 '안 돼'라는 반응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아동발달의 결정적인 단계라고 여긴다. 아이에게 '이 세상에는 내 요구보다 더 강력한 요구를 지닌 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다. 프랑스의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생후 3~6개월부터 이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아기를 조금 기다리게 만들면, 아이의 정신에는 현실적인 차원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2~4세 아이들이 스스로 인간이 되기 위해 전적인 권한을 포기하고 견디게 되는 것은 부모가 매일매일 사랑과 더불어 약간의 좌절을 부과한 덕분이다. 이 포기가 늘 요란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임에는 분명하다."-107쪽

양육서 <당신의 아이>에는 '첫 몇 달은 아기가 원하는 대로 먹이되, 점차 융통성 있게 일상생활과 더욱 조화를 이루도록 정해진 시간에 맞춰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되어 있다.아기가 오전 7~8시 무렵에 깨고, 수유 간격이 4시간 정도 되어야 한다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식사 스케줄을 따르게 되는 셈이다. 오전, 정오, 오수 4시, 저녁 8시로 말이다. 오전 10시 반에 아기가 울어도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충분히 먹는 게 아기에게도 좋다고 여긴다. 이 리듬에 아기가 적응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부모는 서두르지 않고 이 일정에 아기를 점차 적응시킨다. 결국 아기도 어른들처럼 익숙해지고, 부모 역시 익숙해진다. 종국엔 온 가족이 같은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한다. -109쪽

개인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루소는 1762년 <에밀 혹은 교육에 관하여>를 발표했다. 에밀이라는 소년이 경험한 교육에 관한 소설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이 책의 중요성을 프랑스 혁명에 빗댔다. 프랑스 친구들은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다고 한다. <에밀>로 인한 '깨달음'의 영향력은 매우 지속적이어서 각 단락과 구절은 오늘날까지도 양육에 관한 일상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직도 이 책의 가르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116쪽

빈을 데리고 첫 예방접종을 하러 갔을 떄의 일이다. 나는 빈을 품에 안고 곧 경험하게 될 고통에 대해 아기에게 사과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프랑스인 소아과 의사가 나를 꾸짖었다. "아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예방접종도 삶의 일부에요. 그런 걸로 사과할 이유는 없어요."
의사의 반응을 듣자마자 루소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를 보살피느라 전전긍긍해 모든 불편함을 없애준다면 아이 앞에 엄청난 불행을 준비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121쪽

돌토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 정신분석학자가 다음과 같이 그녀의 가르침을 요약했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말을 한다. 그중에는 큰 인간도 있고 작은 인간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의사소통을 한다.'-129쪽

자신을 돌보는 일방적인 시혜자로 보이는 부모조차도 자기만의 즐거움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이 때부터 이해하고 깨달아야 한다. '아이는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이는 발달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프랑스 양육서 <당신의 아이>는 설명한다.-236쪽

그동안 읽은 프랑스 양육서는 일관되게 '식사시간은 차분하고도 즐거워야 하며 아이가 단 한 입도 먹지 않더라고 식사 내내 자리를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강요하지는 마라. 그러나 포기하지도 마라. 서서히 음식에 익숙해져 갈 것이고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마침내 그 음식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254쪽

"모든 걸 한 번씩은 맛봐야 해요." 이 규칙은 거의 모든 엄마들에게 동일했다. 아이가 먹는 음식은 부모가 먹을 음식과 다르지 않다. 선택도 허락되지 않는다. "뭐 먹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은 없어요. 그냥 오늘은 이걸 먹을 거라고 말하죠. 다 먹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식구들이 모두 같은 음식을 먹죠."-260쪽

아이에게 제한을 둘 떄에도 종종 권리라는 말을 빌어 호소한다. "때리지 마."라고 하기보다 "너는 때릴 권리가 없어."라고 말한다. 단지 언어 차이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느낌 자체가 다르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명백한 권리체계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아이 역시 스스로 다르게 행동할 권리가 있다는 걸 확실히 규정해준다.-282쪽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쓰는 말 중에 '나는 동의하지 않아.'도 있다. "네가 바닥에 완두콩을 던지는 행동에 엄마는 동의하지 않아."
이는 단순히 '안 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말을 통해 아이는 '어른도 자신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이성을 지닌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이 역시 완두콩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도 깔려 있다. 완두콩을 집어던진 행위도 아이가 이성적으로 결정한 일이 아니므로, 반대되는 행동도 아이가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282쪽

"버릇없는 아이는 불행할 따름이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마들렌이 말했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레 그로지외." 마들렌은 한마디로 말한다. '크게 부릅뜬 눈'이라는 뜻이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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