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절판


언젠가 아버지는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라고.-11쪽

"네 인생의 중요한 사건들을 담은 사진이 있다고 상상해 봐. 첫 아이, 결혼, 가족의 죽음, 첫 직장, 자동차 사고, 아팠을 때, 경쟁에서 승리한 날 밤, 시합에서 졌을 때, 그 밖의 이런저런 일들...... 그 사진들을 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해 봐. 사진의 무게는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더 가볍게 느껴질 수도, 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어. 사진이 무거울수록 엄청난 사건인 거지. 세월이 흐르다 보면 몇몇 사진은 너무 가벼워져서 자신이 그것을 더 이상 꺼내 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된단다. 그런 사진들은 결국 네 호주머니 밖으로 떨어져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수많은 사진 가운데 어느 한 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무거워져서 절대로 잃어버릴 일이 없을 거다. 그 사진은 늘 네 호주머니 속에 남아 점점 무게가 늘어 가지. 급기야 너는 그 사진만 생각하면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거야, 그렇게 떨어진 심장은 결코 다시 주워 올릴 수 없을 거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31쪽

너는 사진을 모두 잃어버리게 돼. 사진들은 점점 무게를 잃어 공기처럼 변하지. 네가 품었던 꿈이나 머릿속에 그렸던 장소처럼 헛된 것이 돼 버리는 거야. 하지만 가장 무거운 사진 한 장만은 끝까지 없어지지 않아. 나한테 그 사진은 타우토나란다."-32쪽

나는 늘 궁금했다. 왜 우리는 자신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지 못하고,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이미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어른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일까?-147쪽

영국 해안의 흰 절벽을 보자 아버지가 왜 절벽이 흰색인지 알려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수십 억 년 동안 쌓인 뼈 때문이라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골들이 해류에 휩쓸려 곳곳에 모이고, 파도에 의해 단단히 다져졌다. 세월에 압력이 더해져 백악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충분한 시간에 충분한 압력을 더하면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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