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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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에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도 아주 멋있죠.-23쪽

여행작가이자 소설가인 폴 서루가 버스와 열차와 배를 갈아타며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반년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한 여행기 <아프리카 방랑>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책으로, "이야, 잘도 이런!"하고 감탄하면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나도 지금까지 꽤 위험한 여행을 해왔지만, 그런 여행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52쪽

여행을 수없이 하다보면 약간의 철학이 생겨나는데, '편리한 것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불편해진다'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75쪽

일본 드라마라면 여름 신에서 반드시 계절을 나타내는 매미 소리가 들리지만, 해외에 수출하는 경우는 그 매미 소리를 지운다고 한다. 매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텔레비전이 고장났는가 오해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이솝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있다. 그건 원래 '개미와 매미' 이야기였다. 그리스에는 매미가 서식하므로 이솝은 아주 자연스럽게 매미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그러면 북유럽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매미를 베짱이로 바꿔버렸다.-100쪽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115쪽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라는 T.S.엘리엇의 유명한 시가 있는데, 아시는지?
'그건 단순히 휴일의 시간 때우기가 아닙니다'라고 이어진다. 그 시에서 엘리엇 씨는 고양이는 세 개의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개는 평소 부르는 간단한 이름. 이를테면 '나비'라든가. 또 하나는 평소 사용하지는 않아도 하나쯤은 가져야 할 생색용으로 고양이다운 점잖은 이름. 이를테면 음, '흑진주'라든가 '물망초'라든가. 그리고 또 하나는 고양이 자신밖에 모르는 비밀 이름. 그것은 절대 남에게 발설되는 일이 없다.
시인은 참 여러 가지로 세심하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러느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이름을 짓는 것은 거의 일대 사업이 돼버린다.-164쪽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가능성의 저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축의 온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때로 우리의 춥디추운 인생을 서서히 훈훈하게 해준다.-191쪽

그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요전에 무역풍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야자수를 멍하니 바라보던 중에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그렇게 대단한 명제도 아니지만, 자기 머리로 어떤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르키메데스나 뉴턴의 기분을 알겠다, 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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