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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더 월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위대한 개츠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역시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언제나, '언제나'라고 해봐야 빅픽처, 템테이션, 행복의 추구가
내가 읽은 그의 소설의 전부지만, 하여튼 언제나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고,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 역시 그의 신작이 나올 떄마다 귀가 쫑긋하는 걸 보면
그의 소설엔 '미국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 '우주적'인 감정이 잠재되어 있는 듯.
리빙 더 월드의 주인공은
부조리하고 부당하고,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미국여자다.
맨날 엄마랑 싸우기만 하던 아빠는 주인공이 열세 살 생일에 레스토랑에서 내뱉은
"난 절대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거예요"란 말에 그 다음날 바로 영영 가출을 하고
그럭저럭 공부는 어지간히 해서 하버드 박사과정에 다니지만
바보같이 지도교수인 유부남이랑 사랑에 빠지고
자기는 처신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둘의 불륜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사기꾼인 아버지를 사기꾼인지도 모르고 도우려다 직장에서 짤리고
누가 봐도 사기인 게 뻔한 애인의 꼬임에 넘어가 재산을 탕진하고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까지 땄으면서도 결국은 시골 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면서 살짝 안정을 찾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유괴 살인 사건에 대책없이 뛰어든다.
하지만 결국은 호수를 바라보며 캄 다운, 캄 다운. (어머, 나 스포일러?)
뭐야 이 바보같은 여자는! 이라고 내뱉으면서 이 미국여자의 이야기를
비행기로 열몇시간이나 떨어진 한국의 내가 책장을 꾸겨가며 열심히 읽고 있다.
그녀의 바보 같은 인생을 보듬어주고 싶고, 국제전화를 걸어 위로해주고 싶다.
'공감'은 우주적인 감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