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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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것 하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소설 속의 소설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고 싶어 미칠 지경에 이른다. 소설 속 주인공 프레텍스타 타슈가 자신을 "필레몽 트락타튀스"라는 이름으로 감춰버린 자전적 미완성 소설인데, 이게 현실에 있을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소설 속 소설의 남녀주인공 꽃미남 꽃미녀를 인용하는 글귀에 가서는, 그 미사여구를 직접 읽고 싶어서 미치고 만다. 하지만 단념할 수 밖에. 고로, 단념을 쉬이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읽기를 망설여야 할 것.

그리고.

프레텍스타 타슈가 만든 칵테일 알렉산드라가 눈 앞에 아른거릴지도 모른다. 본성이 술을 좋아하기 ‹š문인지 책 속 술에 관한 부분은 더 애착이 가곤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아멜리 노통, 아주 제대로다.  

프레텍슈타 타슈는 알렉산드라(코냑과 코코아  크림을 2:1로 혼합한 뒤 생크림을 가미한 칵테일)를 좋아했다. 술을 잘 마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홀짝이고 싶을 ‹š면 늘 알렉산드라를 마셨다. 그리고 반드시 손수 만들어 마셨다. 다른 사람들의 혼합 비율을 신뢰하지 않아서였다. 알렉산드라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닌 뚱보 선생은 다음과 같은 격언을 만들어내어 투지에 불타는 모습으로 읊조리곤 했다. "누군가가 양심적인지 비양심적인지는 알렉산드라를 어떤 혼합 비율로 만드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칵테일 하나에도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프레텍스타는, 사랑에도 굉장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사랑을 너무나도 열망한 나머지, 결국 역설적으로 그 사랑법에 당하고 말지만. (아니 사실은 그 사랑법에 당한 걸 황홀해 할테지만) 그 당하기 직전까지의 작가와 기자의 설전에 설전에 설전에 설전......을 거듭하는 과정이 꽤나 신랄하고 엽기적이다. 그 와중에 얻은 좋은 구절 하나는....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는 말이오,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여자아이를 강간하는, 강간하기 위해서 강간하는, 악행을 위한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강간하는 파렴치한처럼 추잡스런 그 무엇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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