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장바구니담기


불가능한 일요일에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아빠는 조금씩 내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내게서 돌아선 뒤 그 하얀 빛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너에게는 너무나 많은 일요일이 찾아올 거야. 네 소원이 이뤄지는 일요일도 분명 찾아올 거야. 그러니 너는 돌아가. 너의 삶 속으로.-104쪽

국밥을 먹고 난 뒤, 아빠는 그곳의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진 짐승처럼 아름다우니 같이 구경가자고 말했다. 우리는 농가들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걸었다. 벌판은 표백한 이불 홑청처럼 펼쳐져 있었다. 밀가루를 뒤집어써 화가 난 뚱보들처럼 서 있던 짚단들. 심연처럼 어두운, 얼어붙은 개울의 표면. 자정이면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던 시절이었다. -115쪽

"순리대로 사는 게 바로 이 우주의 비밀이지. 잠이 오지 않는다면, 안 자면 되는 거야. 꼭 자야 할 필요는 없어. 죽은 사람이 자꾸 눈에 보인다면, 그냥 눈을 감으면 되고. 보고 싶을 때는 눈만 뜨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까 좋은 거 아닌가?"-143쪽

"비 내리는 밤기차에서 토마스 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죽으니까."-160쪽

"(...)그러니까 천재의 책 읽기. 천재적으로 책을 읽으려면 작가가 쓰지 않은 글을 읽어야만 해. 썼다가 지웠다거나, 쓰려고 했지만 역부족으로 쓰지 못했다거나, 처음부터 아예 쓰지 않으려고 제외시킨 것들 말이지. 그것까지 모두 읽고 나면 비로소 독서가 다 끝나는 거야. 책을 다 읽는 일은 하루면 끝나는 것인데,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이 세상 수두룩한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지."-2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