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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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이 나온단 소식을 알라딘 메인화면에서 발견하곤 예약주문을 넣어놓은 게 한달여 전.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서울 가신 오빠가 꽃신 사들고 오길 기다리듯 아기다리 고기다리고

 

드디어 책을 받아들고선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첫장을 촤악 열었는데

으잉? 우시카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가만 있자, 우시카와가 누구였더라.

찬찬히 읽다보면 어떤 인물이었는지 기억이 나겠지만, 쓸데없는 집착증이 발동해 버렸다.

이것은, 영화가 시작한 지 5분이 지났으면 영화관에 아예 안 들어간다,

새로 산 노트 첫장에 쓴 글씨가 맘에 들지 않으면 첫장을 찢어버린다, 는 류의 아주 찌질한 집착.

결국 3권을 과감하게 덮고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마음은 편해.

 

총 3일에 걸쳐 1권과 2권을 다시 읽고, 드디어 3권에 돌입하려는데

아, 큰일났다. 진도가 안 나간다.

눈과 손과 마음이 따로따로 논다.

눈으로는 문장을 따라가면서도 뒷내용이 궁금해 손은 자꾸 뒷장을 열어보고

마음속으로는 과연 덴고와 아오마메가 3권에선 만날 수 있을까,

만난다면 어디서 어떻게 만날까 상상하고 있고.

읽었던 문장 또 읽고 뒷부분 또 들춰보고,

도저히 제정신으론 읽을 수 없어서 물마시러 왔다갔다...

게다가, 살짝 들춰본 뒷부분에서 아오마메와 덴고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 순식간에 봐버려서

내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고 ㅠㅠ .

1~2초도 안 본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눈에 들어와 버리다니!

4권 읽을 땐 손을 묶고 입으로 넘기면서 봐야겠다.

 

어쩌면 <상실의 시대>를 뛰어넘지 않을까 <1Q84>가.

내가 꼽는 하루키의 최고작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수필집이지만,

이건 장르가 다르니까 논외로 하고.

 

가끔 신호등을 기다릴 때 <1Q84> 광고판을 몸통에 붙인 버스가 지나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주변이 술렁인다. 너 읽어봤어? 너 읽어봤어? 너 읽어봤어?

술렁이는 공기가 현실같지 않다.

일본에 가면 공기번데기에서 태어난 덴고와 아오마메의 도터가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정신없이 읽었지만, 덴고는 3권에서도 여전히 멋있다.

철학을 전공하거나, 수학을 전공하거나, 아니면 수의학을 전공한 남자가 내 이상형인데

덴고는 수학 신동! 수학 전공자!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원리를 이해 못 하는 시그마, 리미트 같은 것도 덴고는 척척 풀겠지.

개콘보다 EBS 수학 방송을 더 재미있게 볼지도 몰라.

또, 10살 때 손 한 번 잡아본 여자아이를 20년 후에도 떨리는 마음으로 기억하는 순애보까지.

간단한 요리를 척척 해내고, 글도 잘 쓰고.

멋있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덴고 군.

아오마메와 함께 1Q84년이든 1984년이든 손 붙잡고 씩씩하게!

 

그런데, 덴고와 아오마메는 1Q84년을, 고양이 마을을 제대로 빠져나간 걸까?

이렇게 3권을 끝내면 독자들은 긴긴 세월 또 어떻게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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