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맛있게 먹는 국수는 멸치 장국의 가는 물국수다. 간장 양념장을 얹어 한입 가득 넣으면 참기름의 고소한 향과 함께 국수가 입안에 꽉 차는 맛이 기막히다. 마치 질 좋은 풀 바디 와인처럼 말이다. 그 다음에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조이는' 맛. 코와 혀가 감지하는 화학적 맛도 좋지만, 이런 '물리적' 맛 때문에 물국수, 그것도 한입 가득 넣어 먹기를 좋아하나 보다. -61쪽
나는 익힌 햄을 쓴 것보다 저민 프로슈토를 올린 파스타를 좋아한다. 이 파스타야말로 가장 이탈리아다운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슈토는 소금을 쳐서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천천히 맛이 든다. 돼지 뒷다리에서 은은한 향이 난다면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잘 마른 프로슈토 한 점을 입에 넣어보시라. 그 맛은 신의 솜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 프로슈토는 인간의 솜씨가 아니다. 소금을 치고 그늘에 거는 건 인간의 몫이지만, 프로슈토의 맛을 결정하는 건 신이다.-130쪽
참치가 파스타와 만나면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진다. 이른바 자취생의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최고급 파스타로 변신하기도 한다. 먼저 자취생의 파스타를 보자. 돈 없고 시간 없는 당신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멋진 스파게티다. 먼저 참치 통조림 작은 것 하나를 준비해서 마요네즈 두어 숟가락을 넣고 곱게 믹서에 간다. 후추나 좀 치면 그만이다. 그러면 준비 끝이다. 스파게티를 삶아 비비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파스타가 있다니 놀랄 일인데, 더 놀라운 건 맛이다. 입에 쩍쩍 붙는다고 할까. 참치의 고소한 향이 마요네즈의 유혹적인 부드러움과 합쳐져서 입 전체를 참치 향기로 가득 차게 한다.-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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