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Mr. Know 세계문학 33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 구입한 책.....이 아니고 알라딘에서 50% 세일을 하길래 잡지 살 때 배송비 아끼려고 같이 산 책.
잡지도 무료배송이 되면 차암~ 좋을 텐데 그러질 못해서 결국 나는 배송비 대용으로 3900원짜리 듣보잡 책을 같이 넣었다.

받아보니 엄청 가벼운 페이퍼북인데다가 종이 낱장의 두께는 또 두꺼워서 훌렁훌렁 읽어버렸.....다가 아니고
실은 의외로 재미있어서 단번에 읽어버렸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는 사전정보라고는
"폭서가 찾아온 레닌그라드에 사는 한 과학자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일", 딱 요만큼.
그래서 살짝 기후에 대한 과학소설인가 싶기도 했고, 재난소설인가 싶기도 했다.
꺅. 이쯤에서 나 너무 멍청해 보여.

이야기는 찌는 듯이 더운 레닌그라드에 사는 4명의 과학자로부터 시작된다.
각각 천문학, 정밀공학, 물리학 등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에게 어느 날 정체모를 누군가로부터 지금 하는 연구를 당장 중단하라는 압력이 들어온다.
하지만 미드 <빅뱅이론>에서도 알 수 있듯, 과학자들의 고집과 자만은 또 대단한지라
어떤 건 쫌스럽고 어떤 건 무시무시하고 어쨌거나 상상할 수도 없는 당근과 채찍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려 한다.
그런 와중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과학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결국 이들 과학자들은 현실에 굴복하고 '당근'을 받아들이는 부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려는 부류로 나눠지게 된다.
그냥, 그렇게 나눠지는 것에서 이 소설은 끝.
어쨌거나 세상이 끝나려면 아직 10억년쯤은 남았으니까.

압력을 가한 이들이 누구였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문명화된 외계의 누군가였겠지.
혹은 당시에 정치의 지배를 받는 학문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리라.
실제로도 이 소설 안에는 학계의 부패, 학문의 관료 제도화, 성 모럴의 추락, 알코올 중독, 출세 지상주의 등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알듯 모를 듯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나 러시아 소설은 이름 때문에 길이 막힐 때가 종종 있다.
주인공 '드미뜨리 알렉세예비치 말랴노프'는 '딤까'로도 불리고, '디마'로도 불리며, 간혹 '딤낀'으로도 불린다.
문맥만 살짝 놓쳐도, 엥 이건 또 누구야, 하는 멋적은 상황이 발생하기 딱 좋다.
덕분에 책 맨 앞장에 포스트잇 붙여놓고 이름 써 가면서 읽었다는 건 나만 아는 비밀.
이는 요네하라 마리가 <문화편력기>에서 말한 '절대로 같은 단어를 쓰지 않으려는 러시아인의 미의식' 중 하나일까?
정말로 그들은 '몇 번이고 같은 단어를 되풀이하는 것은 촌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얼뜨기 독자는 어떡하라고!
사실 이 책도 번역자가 한국독자들 알아먹기 쉬우라고 좀 수정을 해놓은 걸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 따라가기도 벅찼다니까요.
주인공의 부인이 '이르까'도 됐다가 '이리나'도 될 수 있다는 건 나는 정말 몰랐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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