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남자친구에게 캘빈클라인 브리프를 선물해 줬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아했다.
또 선물해 주고 싶었지만 문제는 가격.
내 속옷도 그렇게 비싼 거 사려면 손이 덜덜 떨린단 말이다. (속옷은 역시 홈쇼핑?)
그러나 남성용 브리프를 홈쇼핑에서 사려니 밴드에 써있는 브랜드네임이 너무 촌스러워서 안 되겠고
이미 남자친구에게 트라이 속옷은 아웃 오브 안중이 되어 버린 상황. 

역시나 해답은 유니클로에 있었다.
밴드에 브랜드네임이 써 있지도 않고 질도 좋아보이는데다가 예쁘다.
게다가 2개에 12900원이라는 놀랄만한 가격!
캘빈클라인 하나 살 돈으로 유니클로에서는 7개를 살 수 있다니!!!
그 때부터 나는 유니클로의 노예.

특히 유니클로가 제일 좋은 점은 언제 어느 매장을 가든 생각해 두었던 상품이 어김없이 진열돼 있다는 것.
전세계 남녀노소가 유행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의류를 만들자,는 것이
유니클로의 CEO 야나이 다다시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마운 이념.

그런데 유니클로가 일본을 넘어 한국으로 뉴욕으로 죽죽 뻗어나갈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유니클로만큼 싼 캐주얼 의류는 사실 쎄고 쎘는데.
해답은 야나이 다다시의 경영방침에 있었다.
지금까지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은 생상자 따로, 유통업체 따로, 판매처 따로, 모두가 따로따로였는데
유니클로는 직접 생산해서 직접 판매하는 이른바 SPA 방식을 과감하게 채택한 것이다.
덕분에 대량생산, 일괄발주, 완전구매, 현금결제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생산'이라는 상류와 '고객의 소리'라는 하류는 급격하게 가까워진 건 당연한 얘기고.
그래서 플리스, 히트텍이라는 공전의 히트상품을 싸게, 그리고 많이 팔 수 있었던 것.

사실, 히트텍은 정말 최고다. 정말 따뜻하고 가볍고 예쁘기까지 하니까.
요즘 언니야들이 하는 말로 하면 정말 '깔별로' 다 갖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나처럼 그냥 유니클로가 좋아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건 잠깐 생각해 보아야 할 일.
제목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지만, 사실 '유니클로 이야기'라기보다는 '야나이 다다시'의 평전 같은 거다.
그러니까 나처럼 '히트텍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유니클로에서는 어떤 디자이너가 일하지?'
'일본, 한국, 뉴욕의 사람들은 유니클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블라블라 등등등, 유니클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은 그 방향에서는 조금 벗어난다는 얘기다.
그저 반복되는 얘기라곤 야나이 다다시 사장이 유니클로를 어떻게 일으켜 세웠고
7전 8기의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갔느냐 하는 것뿐.
그리고 사실, 책을 읽고 나면 이 야나이 다다시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는 거의 바닥을 치게 될 수도 있다.
'합리적'이라는 듣기 좋은 단어로 포장해 놓긴 했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매정한' 사람이기 때문.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해서 직원들이 감당 못 할 만큼의 기대를 갖고
그 자리가 버거워 떠나려는 직원들은 빈말로라도 붙잡지 않는다.

하긴, 그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러터진 나는 그냥 그의 책이나 읽고 유니클로 가서 쇼핑이나 해야지.
 


(2010년 1월 24일에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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