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 요즘 생각하는 건데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른 점이 뭘까, 언어도 지혜도 사고도 사회질서도 각각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른 동물도 모두 갖고 있겠죠? 신앙도 가졌을지 몰라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으시대지만, 다른 동물과 본질적인 차이가 하나도 없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지만 말예요, 어머니, 딱 한 가지 있어요. 모르실 테죠. 다른 생물에는 절대 없고 인간만이 가진 것. 그건, 비밀이라는 거예요. 어때요?"-65쪽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게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통과해, 아스라히 신기한 불빛을 보는 기분, 그런 게 행복감이라 한다면, 폐하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분명 지금, 행복한 거다.-149쪽
"전, 지금 행복해요. 사방 벽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온대도, 저의 이 행복감은 포화점인 걸요. 재채기가 날 만큼 행복해요."-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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