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단지와 잔을 끌어 당기며 - 이문열 중단편전집 6 (양장본)
이문열 지음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터라 때아닌 이문열 전작주의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변에서 요즘 어떤 책이 재미있냐 물어와서 <황제를 위하여>를 강력 추천해 주면
하나같이 "이문열은 싫어" 라는 답변이다.
아무리 편견을 없대고 '작가' 말고 '소설' 자체만 보라고 해도 막무가내.
그렇다면, 내가 더 많이 읽고 더 근거 있는 추천을 해주리라, 하던 차에 마침 용산 뿌리서점에서 발견한 거지요 이 책을.

총 6개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최고는 <김씨의 개인전>과 <하늘 길>.

<김씨의 개인전>은 유명 조각가 밑에서 조수 겸 잡역부로 일하던 환갑 다 된 김씨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자기 자신의 개인전을 준비한다는 내용인데, 이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반응이 허, 참.
결국 김씨가 데뷔전에서 선보인 것은.... ! (요 부분이 재미의 7할을 차지하니 비공개)

<하늘 길>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읽는 동화"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가난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너무나도 가난해서 일가족이 다 죽고 홀로 살아남은 한 청년이
왜 가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묻기 위해 하늘에 있는 옥황상제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주요 축이다.
걷고 걷고 또 걷다, 머리 둘 달린 괴물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던 아가씨를 구해 주고
50년 동안 책 속에서 하늘 길을 찾던 노인과
밤낮으로 취해 하늘을 땅으로 불러내린다는 착각 속에 사는 예술인 집단과
바위 위에 꿈쩍 않고 앉은 채로 마음만 하늘 문을 간신히 기웃거리는 도사와
여의주를 2개나 가지고 하늘로 치솟아보지만 매번 실패하는 이무기를 만나며
점차 하늘 길에 가까워지는데....!
뭐, 애초에 부제가 '동화'였으니 당연히 옥황상제를 만나서 궁금했던 거 다~ 물어보고
처음 만났던 아가씨랑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부자도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약간 뜬금없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반전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100% 동화는 아닌 것이고.

하지만 위의 두 작품 외엔 쏘쏘.
나는 이문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인데
저번에 읽은 장편 <선택>이나
이 중단편집에도 실린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같은 건 내 스타일 아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이문열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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