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어떤데?" 안나는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서커스에서 줄타기 곡예사는 관중들이 자신의 공연을 예술이라 믿어주길 원하지만,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저기까지 무사히 건너가기만을 바란다는 걸 아세요? 그거랑 비슷해요."-171쪽
"괜찮다면, 나도 마시고 싶은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한다. "스밀라에 있어." 물론, 냉장고겠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니까.-175쪽
태초에는 달과 해밖에 없었다. 달은 낮 동안에 나오고 싶었지만, 낮시간을 독차지할 것 같은 훨씬 더 밝은 놈이 있었다. 달은 허기지고 점점 홀쭉해져 끝내는 얇은 조각만 남았고, 양끝은 칼처럼 날카로워졌다. 그러다 우연찮게, 대부분의 일의 과정이 그렇듯, 달이 밤에 구멍을 뚫자 무수한 별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겁이 난 달은 별들을 삼키려고 애썼다. 때때로 이것은 효과가 있었다. 달이 점점 뚱뚱해지고 둥글둥글해졌으니까. 그러나 대개는 효과가 없었다. 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별들은 계속 나타나, 끝내는 태양이 질투를 할 정도로 하늘을 밝게 만들었다. 태양은 별들을 자신의 세계에 초대했고, 그곳은 늘 밝게 되었다. 그러나 태양이 별들에게 하지 않은 말은, 낮 동안엔 별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리석은 별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뛰어내려 그 어리석음의 무게로 얼어붙었다. 달은 최선을 다했다. 달은 이 슬픔의 돌덩이들을 남자와 여자로 조각했다. 달은 여생을 다른별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며 보냈다. 달은 여생을 자신이 남긴 조각들을 붙들고 있는 데 보냈다. -342쪽
엄마는 오랫동안, 안나가 엄마에게 돌아오곤 한다고 믿었다. 엄마는 그런 징후를 찾기 시작했다. 서둘러 꽃을 피운 식물에서, 노른자가 두 개 든 달걀에서, 글자 모양으로 뿌려진 소금에서.-5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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