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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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자전거나 하나 사서 개장사라도 하는 것이 현재보다는 한결 낭만적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취직하고, 월급 타고, 결혼하고, 아파트 사고, 애 낳고, 학교 보내고, 결국 늘그막에는 틀니 해넣을 걱정이나 하다가 인생이 무상하니 어쩌고 그래봤자 다시 젊어져서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계단에서 고혈압으로 쓰러지든가 심장마비로 내려구르는 것으로 끝장나 버리는 식의 인생.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개장사가 조금은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가. 인간적인 냄새까지 풍기는 것이다. 권력이나 금력이나 명예 따위에 초연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어쩌다가 미친개에라도 물려서 죽는다면 더욱 낭만적이다.

<장수하늘소>-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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