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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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 이젠 어떡하지?
에스트라공 : 기다리는 거지.
블라디미르 : 그야 그렇지만 기다리는 동안 뭘 하느냐고?
에스트라공 : 목이나 매고 말까?
블라디미르 : 그러면 그게 일어서겠지.
에스트라공 : (호기심이 생겨) 그게 일어선다고?
블라디미르 : 그래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거기서 떨어진 물에서 만드라고르 풀이 자라난다더라. 그래서 그걸 뽑으면 삑 하는 소리가 나는 거야. 너 그건 몰랐지?
에스트라공 : 그렇다면 당장에 목을 매자.-23쪽

포조 :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51쪽

포조 : (버럭 화를 내며) 그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사람을 괴롭히지 좀 말아요! 말끝마다 언제 언제 하고 물어대다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냔 말이오? (더욱 침착해지며)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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