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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의 그 대단했던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는
장서희가 자신의 친아빠한테 눈 시퍼렇게 뜨고 대들면서 장장 10여분 이상을 기관총처럼 쏘아댄 장면이 있었다.
몇십년간 말하지 못했던 모든 울분과 한과 노여움과 증오, 그리고 서운함까지 그 안엔 다 들어있었다.
씬도 바뀌지 않고 그냥 그 낡은 집의 주방에서만 이루어진 장면이었는데, 와우 그 폭발력이란.
아마 그 씬은 두고두고 회자됐었지.
96쪽에서 월터가 키티한테 드디어 하고야 마는 말.
후련함으로 따지자면 장서희의 100배다.
그런데 나는 속시원하기도 하면서 가슴이 미어지더라.
아, 불쌍한 월터.
나는, 키티보다는 월터 편이다.
서머싯 몸은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의 한 구절을 이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바람 피운 게 분명한 아내를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다른 고장으로 데려가 서서히 죽이려 하는 남편.
하지만 마음대로 죽어주지 않자 결국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만다는.
그런데 어쩌자고 서머싯 몸은, 아내가 아닌 남편, 그러니까 키티가 아닌 월터를 죽게 했을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말로 월터 편.
바람 피는 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중죄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내가 바람 피고 안 들키는 건 제외시킵니다.
참, 앞표지의 그림은 게오르게 람베르트의 <헤라>다.
꽤나 어울리는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