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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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에게 피아가 이탈리아 시에나의 귀부인이며 남편이 그녀의 부정을 의심했지만 그녀의 가족들이 무서워 그녀를 죽이지는 못하고 마렘마에 있는 자기 성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의 유독한 가스를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는 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자 조바심이 난 그는 그녀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고 한다.

<저자의 말 - 현대의 키티로 태어난 신곡의 피아>-10쪽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의 목적과 이상이 쓸데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하지 않다는 걸, 천박하지 않다는 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을 먹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 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랑에 보답받지 못하면 불만을 풉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96쪽

"현실의 땅 위에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부인과 내가 유일합니다. 수녀들은 하늘 위를 걷고 당신 남편은...... 암흑 속을 걷죠."-145쪽

"내가 그녀를 정말 떠나면, 결단코, 그녀가 자살할 거라는 데 추호도 의심이 없어요. 나에 대한 원망 때문이 아니라 그녀는 나 없이는 살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알게 되면 흥미로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죠. 어쩔 수 없이 어떤 의미가 생긴다고나 할까요."-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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