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프타는, 세템브리니가 일장 훈계를 늘어놓기 전에 중세에 유행했던 종교에 입각한 극단적인 사랑의 행위, 즉 병자를 간호할 때의 광신적인 도취 상태의 놀라운 예를 얘기해 주었다. 공주들이 나병 환자의 악취나는 상처에 입맞추며 나병에 감염되너 생긴 상처를 '장미'라 부르고, 또 고름 씻은 물을 마시면서 이렇게 맛있는 것은 마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였다.-152쪽
사랑이란 아무리 경건하더라도 육체와 결부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아무리 육욕적이며 관능적인 사랑이라 하더라도 경건함이 결여되는 일은 없다. -363쪽
"...육욕이란 특정한 대상 없이 전전하며 옮겨가기도 하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육욕은 동물적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육욕이 하나의 얼굴을 지닌 한 인간에게 향해지면, 그것은 사랑이 되는 것이지요. 나는 그녀의 몸이나 그녀의 살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녀의 얼굴 어느 한 부분에라도, 지극히 미미한 변화만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아마 그녀의 육체는 어느 한 부분도 전혀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알 수 있듯이 나는 그녀의 영혼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얼굴을 사랑한다는 것은 영혼을 사랑하는 일이니까......" -391쪽
"당신은 하늘을 향해 쏘았습니다." 나프타는 권총을 내리고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내가 쏘고 싶은 대로 쏘았을 뿐이오." 세템브리니가 응수했다. "다시 쏘시오." "그럴 생각은 없소. 이번에는 당신이 쏠 차례요." 세템브리니는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는 나프타와 정면으로 서지 않고 비스듬하게 섰다. 참으로 감동적인 자세였다. 결투에 있어서는 상대방에게 가슴 정면을 드러내 놓지 않는 게 예의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으므로 그런 자세를 취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비겁자!" 나프타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외침은 쏘는 자가 총알을 맞는 쪽보다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결투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권총을 위로 들어 자신의 머리에 쏘고 말았다.-5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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