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찻잔 나남창작선 19
한수산 지음 / 나남출판 / 1993년 2월
품절


다 큰 남자가 다 큰 남자답지 않을 때 그는 여자에게 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49쪽

고무신을 꿰어 놓은 듯한 보트들-57쪽

"선생님이 모르시는 거예요. 여자는 그래요. 여자야말로 나이에 의해서 어른이 되지 않아요. 여자는 어쩌면 처음부터 어른인지도 몰라요."
"남자는 그럼 끝까지 어린앤가?"
"하여튼 제 말은요... 어떤 나이어린 여자도 나이든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133쪽

루마니아의 '루미트루 트제펜에그'의 말이 생각났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가.
'부부란, 방안에 들어온 모기가 아무도 물지 않고 나가 버리기 보다는 서로 자기의 상대방을 물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방안에 들어온 것이 맹수일 때는 한사코 서로를 보호해 주려 한다.'-167쪽

"괜찮아 아프지 않았어."
"아파야 하는데."-187쪽

"선생님, 등 따스해요?"
"등?"
"네. 등이 따스하냐고요?"
윤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누굴 안는다 해도 가슴은 따뜻할 수 있어도 등은 추운거구나. 제가 등을 따스하게 해 드릴게요."-205쪽

등. 등이렸다. 그랬지. 현지가 그랬어, 선생님 등을 따뜻하게 해 드리려고 털조끼를 짰다고 했겠다, 점입가경이지. 그렇지 않구. 털옷을 짜주는 여자애와 그걸 돌려보낸 사내놈이라니... 임마, 현지 너 이걸 알아애 햐. 모든 사람은 다 등이 시려운 거야. 등이 시려운 걸 얼마나 잘 참아내느냐 그게 바로 인생을 사는 길이야. 누굴 바라보아도, 누굴 껴안아도 각자는 언제나 비어 있는 차가운 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거야.-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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