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방다리에 지금도 있는 송림소아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도 울지 않았거나, 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엄마는 가끔 나를 데리고 그 집에 가서 돈가스나 오므라이스를 사주곤 했다. 토마토 케첩을 뿌린 돈가스의 그 고소하고 파삭한 맛이라니. 우리 셋은 그 솔로몬 통닭집으로 가서 돈가스를 먹었다. 내가 콜라도 한 잔 얻어먹었음은 물론이었다. 형부가 될 그 남자가 전혀 칼질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봉순이 언니가 돈가스를 썰어 남자의 저비에 올려주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그 순간, 그러니까 봉순이 언니가 남자의 접시를 끌어당겨 고기를 썰어서는 다시 그에게 넘겨주는 그 순간, 남자의 얼굴이 붉어지고 그리고 목이 콱 메는 듯했던 것을, 그리고 또 전염이라도 되듯이 봉순이 언니의 얼굴 역시 붉어지고 둘 사이에 이전에는 없었던 그윽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