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이들은 소나기가 하늘에서 오는 줄 알겠지만 우리는 저만치 앞벌에서 소나기가 군대처럼 쳐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노는 곳은 햇빛이 쨍쨍하건만 앞벌에 짙은 그림자가 짐과 동시에 소나기의 장막이 우리를 향해 쳐들어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27쪽
반찬 하나 안 남기고 깨끗이 먹어 치운 상을 보고 물장수 상이라고 말하는 걸 요새도 흔히 듣게 되는데, 그런 비유가 물장수는 워낙 먹성이 좋은 데서 유래된 건지, 먹다 남은 걸 다 싸 가지고 가던 관습에서 유래된 건지, 별것도 아닌 걸 궁금해하는 버릇이 있다. 그거야말로 나의 가장 현저동 출신다운 의문인지도 모르겠다.-70쪽
이광수의 <단종애사>-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