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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가을의 내 여행은 종종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두 달간 뉴욕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많은 시간 동안 뭐하려고. 뉴욕에서 두 달 동안 볼 게 뭐 있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늦잠 잔 아침에 동네에서 두부 바른 베이글을 사먹고, 비오는 날은 슈퍼마켓에서 사온 빵고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때우며 창문을 열어둔 채 DVD를 보고, 날씨라도 좋으면 센트럴 파크에서 피자 조각 물고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일이, 일견 평범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주일의 여행플랜을 짠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금쪽 같은 시간에 한 군데라도 더 돌아보기 위해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뛰어다녀야 할 테니까. 모두가 바쁜 뉴욕 한복판에서 나 혼자만 한가한 채 모두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나도 꽤 많은 생각들을 잉태한 채 귀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여행의 기술일 뿐, 다른 이에게 같은 여행을 강요할 순 없다. 알랭 드 보통 또한 '자기 자신만의' 여행의 기술을 설파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또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 아니던가.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각자의' 여행의 기술을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비행기로, 기차로, 배로.. 여행을 계획한다면, 그거야말로 꽤나 훌륭한 산파가 되는 것이다! 독서는 생각의 산파! (밑줄 칠 구절이 꽤 많은 것도 생각의 산파 역할을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