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프리즘 - 반양장
이윤기 지음 / 생각의나무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3월의 볕좋은 날, 홍대 희망시장에서 발견한 '무지개와 프리즘'. 헌책 치고는 비싼 4천원이었지만 절판된 판형이니 아까울 게 없다. (며칠 전 산 혼불 제 7권은 헌책 중 금값게 속하는 5천원이더라. 그래도 헌책은 발견하는 족족 사야 한다. 나중에 사야지 생각했다간 앞으로 영영 그 책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값을 흥정하는 건 사치다. 까딱하다가 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려 나에게 그 책을 팔지 않기라도 한다면 어쩔 것인가!)

이윤기 작가는 원래 애착이 깊은 작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편애한다는 것이 그 중 가장 큰 이유다. 내 20~30대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그리스인 조르바'와 '월든'이니,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해 주신 이윤기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 번역서가 좋으면 그의 저서로 눈이 옮아간다고 이윤기 작가도 직접 말했는데, 나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그의 저서에 탐닉하는 중이다. 

특히나 <무지개와 프리즘>은 인문의 향기는 물론 사람의 향기까지 눅진하게 배어나오는 책이다. 단순히 인문학에 대해 설파했다면 재미없을 테고, 단순히 사람 얘기만 썼다면 가벼웠을 텐데, 두 가지를 적절하게 버무려 놨다. 게다가 다양한 해외 체류 경험 덕분에, 대한민국을 '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바라보는 눈도 가졌으니 이 또한 배울만 하다. 독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해(East Sea)의 표기법을 먼저 바꿔야 외국인들이 그 위치라도 짐작할 것 아니냐는 의견, 나라가 망하면 제일 먼저 문학이 사라진다는 이야기, 철자(spell)와 마법(spell)이 동일한 철자로 이루어진 이유 등, 이윤기 작가에게 배울 인문학적 소양은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인용한 책들을 다 찾아읽어봐야지 하는 욕심까지 생기니, 이것 참 이익이 되는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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