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
<사랑을 믿다 - 권여선>-11쪽
허물 벗기는 입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뱀은 머리 옆쪽을 땅에 비벼 피부를 등 쪽으로 돌렸다. 그런 다음 껍질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뒤집으면서 꿈틀꿈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색과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비늘을 얻은 뱀이 강물 속으로 스르르 기어들어갔다.뱀이 사라진 자리에는 너덜너덜한 허물 하나만 남았다.
<내가 데려다줄게 - 천운영>-216-217쪽
숲이라는 벼루를 다 갈아버린 듯 창밖은 오로지 묵墨하고 묵默하다.
<낮잠 - 박민규>-256쪽
식탁의 끝까지 가을볕이 번져온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따뜻한 국 한 그릇을 엎질러 놓은 듯하다. 축복받은 날씨다.
<낮잠 - 박민규>-272쪽
세상의 폭우는 여전히 쏟아지고, 나에겐 빌려줄 우산이 없다.
<낮잠 - 박민규>-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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