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Mr. Know 세계문학 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절판


내가 산투리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 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 되니까...-21쪽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해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26쪽

아프라키 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100쪽

그는 다시 불 속에서 알밤 몇 개를 꺼내어 껍질을 깠고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마시면서 큼직한 토끼 두 마리처럼 오독오독 밤을 씹어 먹었다.-125쪽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끄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니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185쪽

사면을 내려가면서 조르바가 돌멩이를 걷어차자 돌멩이는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조르바는 그런 놀라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나를 돌아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에서 가벼운 놀라움을 읽을 수 있었다.
"두목, 봤어요?"
"......"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212쪽

조르바, 돋보기로 태양 광선을 한 곳에다 집중시키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시지요? 그곳엔 불이 붙지 않아요? 왜? 태양열이 분산되지 않고 바로 그 지점에만 모이거든. 우리들의 정신도 이와 같아요. 정신을 한 곳. 오직 한 곳에만 집중시키면 당신도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요. 알아듣겠어요, 조르바?-284쪽

늘 그렇듯이 잠이 나를 이겼다. 죽음 역시 나를 이기리라고 생각하며 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384쪽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393쪽

부인이 숨을 거둔 방에는 침대도 트렁크도 의자도 없었다. 방 한구석에 뒤축이 닳고 빨간 뽕뽕 방울이 달린 슬리퍼 한 짝이 있을 뿐이었다. 슬리퍼는 여전히 주인의 발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보다 더 충직한 슬리퍼는 발에게 푸대접을 받았으나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4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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